미국인이건 외국인이건 처음 텍사스에 오면 도시를 동서남북으로 가르는 쭉 뻗은 도로와 차로의 너비에 놀라고,다음엔 도로 위를 질주하는 엄청나게 큰 픽업트럭의 대열에 황당해한다.

전부는 아니지만 픽업트럭 운전석에는 존 웨인을 연상케 하는 큰 모자에 시가를 입에 문 현대판 카우보이들이 앉아 있고,짐칸은 대부분 텅 비어 있다. 이들은 왜 그렇게 큰 픽업트럭을 몰고 다니는 걸까,기름값 아깝게….

텍사스인의 기질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텍사스인들의 다소 과장스런 기질은 넉넉한 땅의 크기와 무관치 않다.

텍사스 면적은 미국 코네티컷,메인,매사추세츠,뉴햄프셔,로드아일랜드,버몬트,뉴욕,펜실베이니아,오하이오,일리노이주를 모두 합친 것보다 크다. 주정부가 관리하는 도로는 과장을 보태면 지구를 세 바퀴 돌 수 있는 길이다. '텍사스에 가면 모든 것이 크다'는 말도 있다. 세계에서 규모가 가장 큰 실내경기장도 텍사스에 있다. 텍사스에 가면 후진 주차를 배울 필요가 없다는 말이 진실임을 깨닫는다. 넓은 만큼 모든 것이 여유롭고 느긋하다.

텍사스인들은 고유 역사 속에서 자신들만의 독특한 자긍심을 키워왔다. 10년이라는 짧은 기간이지만 텍사스는 한때 독립 공화국(1836~1845년)이었다. 당시 멕시코 등 주변 세력과의 전쟁과 큰 재정 부담으로 어려운 시기였지만,주권국으로서의 경험은 텍사스인에게 다른 지역과는 차별화한 정체성과 일체감을 깊이 새겼다. 자신을 미국인이기 이전에 '텍산(Texan)'으로 불러주기를 더 좋아하는 사람도 많다. 크고 작은 건물 앞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외로운 큰 별 하나가 그려진 텍사스 주기(州旗)가 성조기와 나란히 펄럭이는 모습은 다른 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광경이다.

이와 같은 텍산의 기백,자존심 그리고 척박한 땅을 개척한 근면성은 여러 가지 대규모 산업을 일으키고 성장시켰다. 목축업,우주항공산업,석유가스산업을 크게 발전시켰고 최근에는 반도체,컴퓨터,제약,모바일 통신,유통,그리고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산업에서도 발전을 거두고 있다.

다른 측면에서 텍사스인은 무뚝뚝하고 보수적이지만 매우 실용적이다. 우스꽝스럽게 크고 볼품도 없는 픽업트럭은 대당 가격이 1만7000달러 정도에 불과해 중형차보다 싸고,짐을 나르거나 거친 도로를 장시간 달리는 기능은 뛰어나다. 역사와 전통이 짧아 외관이 화려하고 멋있는 건축물이 거의 없지만 형식보다는 내실을 중시한다. 어디를 가나 여유로운 공간과 때로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풍부한 물자가 남을 의식하지 않고 존중해주는 문화와 잘 어우러져 그들의 삶을 즐겁게 만드는 것 같다.

텍사스인은 한마디로 자부심과 독립성이 강하면서도 주변과 잘 융화하고,보수적이면서도 실용을 추구하는 기질을 갖고 있다. 이와 같은 텍산을 이해하면 텍사스가 보이고,텍사스에서의 비즈니스도 훨씬 쉽게 풀릴 것이다. 미국 남부의 시골동네,더운 날 모래먼지 휘날리며 황량한 벌판을 말을 타고 달리는 카우보이를 연상하고 텍사스에 오면 큰코 다친다. 1986년 쓰레기 버리지 않기 캠페인을 위해 만들어진 표어 'Don't mess with Texas'가 현재 텍사스를 대표하는 슬로건이고,'텍사스를 우습게 보지 마라'는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다.

지난 12일 미국 남부 도시 댈러스와 마이애미가 맞붙은 미국프로농구(NBA) 플레이오프 최종 결승에서 댈러스가 승리함으로써 샌안토니오에 이어 미국 NBA 역사에서 우승을 차지한 두 번째 텍사스 팀이 됐다. 텍사스는 이제 스포츠에서도 변방이 아닌 중심이다.

이승희 KOTRA 댈러스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