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민영화가 '산'으로 가고 있다. 산은금융지주를 인수 주체에서 제외시키면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금융지주사법 시행령 개정 작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됐으나,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여전히 반대해 한발짝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금융지주사법 시행령은 '금융지주사가 다른 금융지주사를 인수하려면 소유지분의 95% 이상 취득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지주사에 대해서는 이 규정을 50%로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우리금융 입찰에 금융지주사 참여를 유도해 유효경쟁 구도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시행령을 고치지 못하면 29일 우리금융 인수의향서(LOI) 입찰 마감 때까지 지원서를 내는 곳이 있을지 회의적이라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16일 "모든 간부들이 나서 국회를 설득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비관적"이라며 "시행령 개정이 산은지주에 특혜를 주려는 의도라고 비판을 해 (산은지주의)입찰 참여를 불허한 것인데…"라고 말했다.

금융위 국장급 이상 간부들은 이날 오후 대부분 자리를 비웠다. 조금이라도 인연이 있는 의원들을 찾아가 시행령 개정의 절박성을 설명했다. 읍소하다시피 했다고 한다.

정무위 여야 의원들은 그러나 20일 열리는 법안심사소위에서 금융지주사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시행령 개정을 원천 봉쇄하겠다고 한다. 조영택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금융지주사법 개정안은 시행령 규정(금융지주의 금융지주 인수시 95% 이상 지분 확보)을 아예 법에 집어넣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금융 입찰엔 금융지주의 참여가 거의 불가능해진다. 10조원 이상 동원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이를 우려해 "법을 바꾸면 우리금융 매각은 무산될 가능성이 생긴다"고 수차례 강조하기도 했다. 금융위는 마지막까지 국회 설득에 나설 예정이다. 주말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는 "정무위 의원들의 태도는 우리금융을 민영화하지 말자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금융산업 발전이나 우리금융의 민영화 필요성보다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노조 등의 표를 의식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