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2차 양적완화 정책(QE2)이 이달 말 종료되지만 이것 때문에 한국 중국 등 신흥국에서 자본유출이 일어나리라고 우려하는 것은 기우입니다. "

로버트 루빈 전 미국 재무장관(사진)은 15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세계전략포럼에 참석해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루빈 전 장관은 골드만삭스 출신으로 1995년부터 1999년까지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역임했다.

그는 "양적완화가 이달 말에 끝난다는 것은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라며 "10년물 미 국채 금리가 3%대로 떨어진 것은 이미 시장에 이런 내용이 반영됐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뉴욕이나 런던의 머니 매니저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그들이 여전히 신흥국 투자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지속적으로 신흥국에 자본이 유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하반기 이후 미국 경제가 더블딥(일시적 경기상승 후 다시 침체하는 것)이나 소프트패치(경기상승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시적 경기하락)를 겪을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더블딥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단언했다. 그는 "미국은 완만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며 그 이유로 △미국의 수출이 아직 탄탄하고 △소비자들의 부채 비율이 다소 높긴 하지만 아직 감당할 만한 수준이며 △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영향도 크지 않았다는 점 등을 꼽았다.

한국의 메가뱅크론에 대한 견해를 묻자 그는 "대형 금융회사가 해야 하는 역할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세계 경제가 통합되면서 규모가 커지고 복잡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다만 "대형 금융회사로 인한 시스템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자본건전성을 위해 자본금 충당률을 높이는 가이트너(현 미국 재무장관) 방식을 택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