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이탈리아에서 12~13일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정부의 원자력 발전 부활 계획과 수자원 관리 민영화 방안,최고위층 공직자에 대한 면책법안 등이 90% 이상의 반대로 부결됐다.

블룸버그통신과 이탈리아 뉴스통신사 안사(ANSA) 등은 13일 오후 실시된 중간 개표집계 결과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의 약 94%가 반대표를 던졌다고 보도했다.이번 국민투표에는 전체 유권자 약 4700만명 가운데 57%가 투표에 참여,유효화를 위해 필요한 50%를 넘겼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지난달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고향인 밀라노 시장 선거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패배한 데 이어 이번 국민투표에서도 정부가 추진 중인 정책에 반대하는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심각한 정치적 위기에 처했다.

이탈리아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발생한 이듬해인 1987년 국민투표에서 원전 반대투표가 압도적으로 높게 나오자 지난 25년 동안 원전 포기 정책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이탈리아 정부는 증가하는 전력 수요를 충당하고 수입 원유 및 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2014년부터 4기의 신형 원자로를 건설하고 2030년까지 전체 전력 생산량 가운데 원전의 비중을 25%로 높이기로 하는 계획을 프랑스와 공동으로 마련했다.

유럽에서 지진이 가장 빈번한 나라 가운데 하나인 이탈리아에서는 평소에도 원전 반대 여론이 60% 안팎에 달했는데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반대 여론이 90%에 육박했다.반대 여론이 비등하자 베를루스코니 정부는 지난달 원전 부활 계획을 동결한다고 밝혔으나 야당은 국민투표 참여율을 낮추기 위한 김빼기 작전이라며 비난해왔다.

국민투표 결과가 나오자 이탈리아 야당은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고 나섰다.피에르 루이기 베르사니 민주당 대표는 “유권자들이 베를루스코니로부터 이반하고 있다는 가장 심각한 신호”라며 “이번 국민투표는 정부와 국가의 이혼에 관한 투표”라고 말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성명을 통해 국민투표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은 명확하다며 정부는 이를 반영해야 한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원전 부활안과 함께 국민투표에 붙여진 고위 공직자 면책법안은 선출직 고위 공직자에 대해 임기 중 재판 출석을 면제해주는 내용으로 야당은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 등 4건의 재판에 계류 중인 베를루스코니 총리를 보호하기 위한 방탄 법안이라고 비판해왔다.

또 정부는 수자원 관리를 민간 기업에 맡기면 서비스의 질이 높아진다는 입장이나 야당은 물값 인상만 초래할 것이라며 반대해왔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