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지난 수십년간의 노력과 최근의 산업 정책 추진 결과 전자와 자동차,조선,철강,화학,정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놀라운 성과를 이뤄냈다.

최근 금융위기를 비롯해 불안한 세계 경제 환경하에서 우리나라가 우려해야 할 근본적인 변화는 '이머징 마켓'(emerging market)으로 불리는 신흥 경제국들의 부상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저부가 제조 산업 부문의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를 이길 수 있는 가장 건설적인 방안은 시장 성장성이 높고 산업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큰 고부가 제조 · 서비스 산업으로의 이전이다.

대표적인 분야가 에너지 산업이다. 에너지 산업은 전 세계 시장 규모가 1경3000조원을 상회,인류에게 가장 크고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이다. 우리나라는 높은 국내총생산(GDP) 수준(세계 시장의 약 1.6%)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에너지 산업의 성과는 상대적으로 미약한 편이다. 석유산업의 경우 전 세계 시장의 0.8% 수준에 불과하다.

세계적으로 볼 때 에너지 분야의 중요성은 심화되고 있다. 최근 일본의 원자력 사태와 중동의 불안한 정세는 보다 적극적인 에너지 확보 방안의 필요성을 상기시켜주고 있다. 중국 인도 등 신흥국의 급격한 에너지 수요 증대는 석유,석탄 등 주요 원료 확보를 위한 국제적인 경쟁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우리나라가 이 분야를 새로운 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탐사 · 개발을 통한 적극적인 에너지 자원 확보 노력이 필요하다. 또 향후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셰일 가스,오일 샌드 같은 비(非)전통 에너지에 보다 많은 연구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최근 석유공사 및 가스공사를 중심으로 활발한 해외자원 개발 활동을 펼치며 성과를 내고 있지만 해외 선진 자원개발국 수준의 성과 확보를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향후 1조달러 이상의 시장으로의 성장이 예상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영역에도 과감한 투자를 통해 중국 등과의 경쟁에 뒤지지 않도록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한국의 가장 큰 협력자이며 잠재적 경쟁자인 중국은 최근 주요 신재생에너지원(源) 중 하나인 태양광산업의 발전을 위해 2010년 한 해 동안 33조원을 지원한 바 있다. 중국이 짧은 기간에 태양광산업에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이유다. 정부 역시 국가 차원의 자원 확보 노력과 민간 기업의 자원 개발 활동,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지원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고부가 산업의 또 다른 분야는 인프라 산업이다. 이 분야는 현재 중국 인도 중동 등 신흥경제국의 부상에 따라 지속적으로 투자 기회가 증대될 것이다. 특히 기본 인프라 서비스와 자원개발 인프라산업이 주요 핵심이 되리라 예상된다. 중동의 경우 전기,수도,가스 등 기본 인프라 서비스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채굴이 용이해 '이지 오일(easy oil)'로 대표되던 기존의 자원이 고갈되고,개발 난이도가 점차 높아짐에 따라 심해 시추선,해양 플랜트,무인 작업정(ROC) 등의 자원개발 인프라산업 역시 부상하고 있다. 인프라 산업은 사업 리스크와 비용 절감을 위한 대규모 턴키 방식의 발주가 확대되고 있으며,점차 고도의 기술력을 요구함에 따라 성장성이 높은 새로운 사업 기회로 부상할 전망이다. 현재 미쓰비시,딜린저(Dillinger),사이펨(Saipem) 등 해외 유수 기업들이 해외 인프라 시장을 이끌고 있지만 기존 연관 사업을 통해 기술력 확보가 가능하고,다양한 계열사와의 연계를 통한 토털 솔루션 제공이 가능한 포스코,현대중공업 등 국내 기업들의 노력도 활발해지고 있다.

이런 인프라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특히 대규모 투자재원이 필요한 사업 특성상 다양한 금융 조달 지원 방안 마련이 필수적이다. 시장 개척이나 리스크 관리 등 사업 활성화를 위한 체계적인 지원 체제의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심화되는 반면 다양한 신사업 기회가 출현하고 있는 지금이 향후 10년간 한국의 산업 발전을 이룰 수 있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고민해 봐야 할 때다. 이제 국내 기업은 에너지,인프라 등 유망한 신사업 기회에 적극적인 진입을 모색해야 한다.

김희집 액센츄어 아시아·태평양지역 에너지산업부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