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대출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사실이 알려진 프라임저축은행에서 사흘 만에 1100억원 이상의 예금이 빠져나갔다. 점포마다 대기번호표를 수천장씩 나눠줘 돌려보낸 터라 이들이 다시 예금을 찾으러 올 경우 인출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프라임저축은행은 10일 서울 강남 본점,테크노마트지점,잠실지점,소공동지점,여의도지점 등 5개 점포에서 오후 5시 현재 290억원의 예금이 인출됐다고 밝혔다. 전날까지 인출된 880억원을 더하면 인출 규모는 1170억원에 이른다. 지난 3월 말 현재 총 수신(1조3774억원)의 8.4%가 사흘 만에 빠져나간 것이다. 프라임저축은행 측은 "예금 인출 규모가 차츰 안정되는 모습"이라며 "이번 주말을 고비로 예금 인출 심리가 한풀 꺾일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점포마다 하루에 응대할 예금자 수를 정해두고 대기번호표를 수천장씩 나눠줘 이들이 예금을 찾으러 오면 인출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날 테크노마트지점을 찾은 한 예금자는 "하루에 250명씩만 처리하겠다고 하니 내 순서는 다음주 금요일로 밀렸다"며 "영업시간을 연장해서라도 인출 요구를 받아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프라임저축은행의 인터넷뱅킹은 전날에 이어 접속자 폭주로 마비된 상태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중앙회는 프라임저축은행이 유동성 부족으로 예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비해 요청 즉시 지급할 수 있도록 1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준비했다. 프라임저축은행 측은 앞서 자체적으로 2000억원을 확보했으나 갑작스러운 인출 규모 증가에 대비해 증자도 추진키로 했다. 중앙회도 서울 소재 대형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5000억~6000억원 규모의 크레디트라인(신용공여 한도)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프라임저축은행은 지난 3월 말 기준 자산 1조4235억원으로 업계 20위권이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5.1%다. 지난해 순손실 551억원을 기록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