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오픈 앞둔 최경주 단독인터뷰

“메이저대회 우승은 여러가지 목표 중 하나입니다.지금까지 이뤄낸 것만도 상상도 하지 못한 일입니다.메이저대회 우승도 좋지만,미국에 온 지 10년이 넘었으니 10승에 도달하는 것이 더 큰 의미가 아닐까 합니다.”

한국남자골프의 ‘간판’ 최경주(41·SK텔레콤)가 다시한번 세계골프계에 이름을 떨칠 기회를 맞았다.16일밤(한국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의 콩그레셔널CC에서 시작되는 시즌 두번째 메이저대회 US오픈골프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

최경주는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10차례연속 이 대회에 출전했다.최고성적은 2005년 대회때의 공동 15위,18홀 최소타수는 2004년 대회 2라운드 때의 68타다.그의 명성에 비해 썩 좋은 성적은 아니다.미국골프협회(USGA)가 주관하는 이 대회는 전통적으로 러프가 깊고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원하는 스코어를 낼수 없게끔 코스가 까다롭게 셋업된다.그 탓인지 아시아권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최경주는 그래서 ‘우승후보 10인’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한달여전 ‘제5의 메이저’로 불리는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 우승한데다,‘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불참하기 때문에 다크 호스로 꼽힌다.지난주 휴식을 취한 후 현지시각으로 토요일인 지난 11일 대회장에 도착해 18홀 연습라운드를 마친 그와 전화·이메일로 일문일답을 주고받은 내용을 요약한다.
"한국골퍼 이제 US오픈 우승할 때도 됐지요"…최경주 단독인터뷰
▲최근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4개대회 연속 출전하는 강행군을 벌였는데 컨디션은.

“지지난주까지 4개 대회에 연속 출전하고 한국에도 갔다왔기 때문에 몸은 아직 피로가 누적돼 있다.그렇지만 마음은 편하다.”

▲US오픈에 대비해 어떤 부분을 주로 연습했는가.

“쇼트게임 연습을 많이 했다.이 코스에서는 티샷을 미스하면 ‘레이업’(목표를 직접 겨냥하지 않고 돌아가는 우회 샷)을 해야 한다.그렇기 때문에 목표까지 100야드 이내에서 파세이브를 할 수 있는 능력을 높이는 연습과 퍼트 연습을 많이 했다.퍼트할 때 두 눈의 라인을 맞추는 연습을 많이 해서 자신감이 드높아진 상태다.”

▲연습라운드를 해 본 결과 코스가 어떤가.

“2007년 7월 이 곳에서 열린 AT&T내셔널대회에서 우승할 당시보다 코스가 많이 길어졌다.지금은 전장이 7574야드인데도 파는 71이다.USGA에서 티잉 그라운드를 뒤로 많이 뺀 듯하다.18번홀같은 경우 파4인데도 길이는 523야드에 달한다.페이드나 컷샷 대신 드로를 구사해 드라이버샷 거리를 내야하는 홀이 많다.한 마디로 '버디잡기가 쉬운 홀이 하나도 없고,파 잡는데 급급한 홀이 많아졌다'고 할수 있다.”

▲콩그레셔널CC의 특징과 적절한 공략방법은.

“콩그레셔널CC는 자연적인 코스다.러프만 피하면 그린은 공략할만 하다.코스를 이기려 하기보다는 코스의 자연적인 지형 등을 감안하여 자기 게임에 유용하게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코스 셋업을 담당한 USGA의 마이크 데이비스는 이 코스를 ‘penal-style’이라고 표현했더라.실수가 나오면 가차없이 1~2타를 앗아가는 코스라고 보면 된다.”

▲필 미켈슨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2번아이언 연습을 많이 했다고 한다.US오픈에 대비해 클럽구성에 변화를 주었는가.

“클럽 구성상 변화는 없다.”

▲최근 교정한 스윙은 어느정도 몸에 붙었는가.1년전에 비해 어떻게 달라졌는가.

“교정한 스윙에 만족한다.많이 좋아졌다.1년전 허리통증으로 원하던 스윙이 되지 않았을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스윙에 자신감이 이 배어있다.힘이 있고,컴팩트하며,리듬을 잘 타고 있다.”

▲한국(계) 선수들이 11명이나 나간다.메이저대회 사상 역대 최다인원인데….

“한국 남자선수들 기량이 그만큼 세계적 수준에 근접했다는 얘기다.어디에 갖다 놓아도 생존할 수 있는 자생력이 월등해졌다.나나 양용은선수가 이룬 업적이 후배들에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하고자 하는 후배들의 목표의식이 뚜렷해져서 이런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한다.”

▲US오픈은 코스가 까다로워 아시아 선수들에게 불리하다고 하는데.올해는 한국선수들이 많이 나가는만큼 아시아 선수들의 위력을 보여줄 때가 된 것같은데.

“아시아에서 경기를 하다가 US오픈에 오면 정말 어렵다.이런 코스를 접할 기회가 적고 실제 이런 코스 셋업을 아시아에선 거의 볼 수 없다.지금의 나도 티샷할 때 부담감이 있을 정도다.대회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해서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이런 코스에서 몰아치기를 하는 것은 어렵지만 또박또박 치면서 적응력을 높이다 보면 우승 기회도 생기지 않을까 한다. ”

참고로 아시아 골퍼들은 US오픈에서 두 차례 2위를 한 적이 있다.1980년 일본계 이사오 아오키와 1985년 대만의 첸체충이 그 주인공이다.특히 첸체충은 그 해 최종라운드 러프에서 이른바 ‘두 번 치기’로 벌타를 받는 바람에 2위에 그쳐 두고두고 아쉬움을 남겼다.

▲‘제5의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했으니 이제 메이저 우승을 노려야 할 차례 아닌가.

“물론 메이저 우승을 하면 좋겠지만 메이저 우승이 전부는 아디다.내게는 여러가지 목표가 있다.메이저 우승도 그 중 하나라고 보면 된다.설령 못한다 해도 지금까지 이뤄낸 것도 하나님이 내게 상상도 모지 못할 것을 주신 것이다.오히려 내게는 메이저 우승이 목표가 아니라 미국에 온지 10년이 넘었으니 10승 도달이 더 의미가 크다.”

▲KJ의 이번 대회 우승확률은?

“하! 하! 제로에서 보는 것이 좋지 않겠나.플레이어스챔피언십도 우승을 생각하고 친 것이 아니다.항상 하는 말이지만,한 타 한 타,한 홀 한 홀 최선을 다하다 보면 어느순간 우승트로피가 내 손에 들어와 있더라….”

▲메이저대회 연속출전기록이 ‘36개 대회’로 이 부문 5위로 나왔다.그만큼 최근 기량이 꾸준했다는 증거인데.

“놀랍다.절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한 결과라고 생각한다.그것은 내 신조이자 교훈이기도 하다.그것이 나를 지금까지 지탱해줬다고 생각한다.마지막 홀까지,장갑을 벗을 때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타이거 우즈가 부상으로 나오지 않는다.팬들은 섭섭해 하겠지만 KJ에게는 기회가 아닌가.

“우즈가 안 나온다니 섭섭하다.그가 안 나온다고 해서 곧바로 내게 기회가 온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그래서는 안되는데’하는 우려가 많다.우즈가 빨리 회복하여 건강한 상태로 돌아왔으면 한다.”

▲미국 진출 이후 처음으로 다음주 발표될 세계랭킹에서 우즈를 앞지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타이거가 최악의 상태라서 그런 거지….같은 조건이라면 타이거가 나보다 더 위대하다.이런 그의 모습이 마음 아프다.랭킹보다는 업적이 중요하다.그래서 그런 것에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타이거가 빨리 회복해 자기 자리를 되찾았으면 한다.”

▲미래에셋과 휠라코리아가 세계적 골프용품사인 아쿠쉬네트의 대주주가 됐다.현지 반응과 본인 생각은.

“골프업계에서도 한국 기업들이 세계적 기업들을 어느정도 쫓아가고 있다는 증거다.골프 문화나 골프 비즈니스에서도 선수들의 기량에 버금갈 수 있는 힘이 생긴 것이다.바람직하고 발전적인 일이라고 본다.”

▲플레이어스챔피언십 우승 후 달라진 것은.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다.알아보는 팬이 많아졌을 따름이다.”

▲한국팬들에게 한마디한다면.

“항상 사랑과 응원을 해주셔서 감사하고 고맙게 생각한다.이번 대회에서도 잠을 설치면서 응원하신 여러분을 생각하니 벌써 기대되고 설렌다.많은 기도를 부탁한다.”

한경닷컴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