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전체에 부정부패 퍼져 있다"…'1급수 경영' 계엄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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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한 이건희 회장, 이틀째 강한 질책
"테크윈 不正은 빙산의 일각"
간부급 임직원 '좌불안석'
신경영 수준 쇄신책 나올 듯
"테크윈 不正은 빙산의 일각"
간부급 임직원 '좌불안석'
신경영 수준 쇄신책 나올 듯
"물어볼 것 있으면 물어보세요. "
이건희 삼성 회장은 작심한 듯했다. 9일 오전 8시께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함께 출근한 그는 서초동 삼성 사옥에서 기다리고 있던 수십명의 취재진에게 이례적으로 스스로 다가가 이같이 말했다. 전날 "그룹에 만연한 부정(不正)을 뿌리뽑아야 한다"고 김순택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을 통해 계열사 사장단을 호되게 질책한 그는 이날도 삼성 임직원들을 향해 서슬퍼런 발언들을 내놨다. 오창석 삼성테크윈 사장이 지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원인인 조직내 부정부패 문제를 직접 거론했다. "테크윈이 우연히 나와서 그렇지 그룹 전체에 부정부패가 퍼져있는 것 같습니다. 과거 10년간 한국이 조금 잘되고 안심되니까 이런 현상이 나타나서 더 걱정이 돼 요새 바짝 이 문제를 챙겨보고 있습니다. "
"향응,뇌물도 있지만 제일 나쁜 것이 부하 직원들 닦달해서 부정(한 일을)시키는 것입니다"라고 했다. "자기 혼자 부정하는 것도 문제인데,부하까지 끌고 들어가면 나중에 부하들도 저절로 부정에 입학하게 됩니다"며 부장 이상 간부급 임직원들을 겨냥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신경영 선언 18주년을 맞아 비리와 부정이 없는 제2 신경영 화두로 '1급수 경영'을 제시하고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임직원 부정과 비리의 출발점이 중소 협력사와의 거래 관계에서 발생하는 것을 감안한 계산된 발언이자 경고라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대 · 중소기업 상생 구조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는 이유를 중간 관리를 맡고 있는 임직원들의 도덕과 원칙,기강이 무너진 데서 찾고 있다는 시각이다.
삼성 임직원들은 이날 이 회장의 행보부터 심상치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회장이 기자들에게 먼저 다가가 '물어보라'고 말한 것부터가 이번 사안을 얼마나 심각하게 보고 있는지를 방증하는 것이라고 위기감을 표출했다.
그룹 관계자는 "쉽게 끝나지 않을 게 분명하다"며 "심각한 중병이 있더라도 한두 곳만 문제라면 거기만 도려내면 될 텐데,지금의 문제는 가벼운 증상들이 만연해있어 웬만한 충격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임직원들은 '테크윈이 우연히 나와서 그렇지,그룹 전체에 부정부패가 퍼져 있는 것 같다''제일 나쁜 것이 부하 직원들 닦달해서 부정시키는 것이다'는 언급에 주목하고 있다. 테크윈 부정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생각을 분명하게 밝힌 것으로 조만간 모든 계열사로 비리감사가 확대될 게 분명해 보인다는 관측이 많다.
부장 이상 간부급 임직원들도 좌불안석이다. 편법과 부정이 없는 기업으로서 삼성 정신을 앞서 지켜야 할 간부들의 마음가짐이 느슨해지면서 미래 삼성을 이끌 주역인 젊은 직원들을 오히려 부정의 길로 이끌고 있다는 게 회장의 인식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부정부패의 책임을 물어 간부급 직원들이 쇄신의 직접적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은 신경영 선언 때 이미 '비(非)정도 1등보다 정도 1등이 낫다'고 거듭 강조했다"며 "조직에 적당주의,온정주의가 조금씩 싹트면서 물이 흐려진 만큼 다시 1급수 경영의 기치를 내세운 것이며 신경영 선언 때 수준의 쇄신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
이건희 삼성 회장은 작심한 듯했다. 9일 오전 8시께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함께 출근한 그는 서초동 삼성 사옥에서 기다리고 있던 수십명의 취재진에게 이례적으로 스스로 다가가 이같이 말했다. 전날 "그룹에 만연한 부정(不正)을 뿌리뽑아야 한다"고 김순택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을 통해 계열사 사장단을 호되게 질책한 그는 이날도 삼성 임직원들을 향해 서슬퍼런 발언들을 내놨다. 오창석 삼성테크윈 사장이 지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원인인 조직내 부정부패 문제를 직접 거론했다. "테크윈이 우연히 나와서 그렇지 그룹 전체에 부정부패가 퍼져있는 것 같습니다. 과거 10년간 한국이 조금 잘되고 안심되니까 이런 현상이 나타나서 더 걱정이 돼 요새 바짝 이 문제를 챙겨보고 있습니다. "
"향응,뇌물도 있지만 제일 나쁜 것이 부하 직원들 닦달해서 부정(한 일을)시키는 것입니다"라고 했다. "자기 혼자 부정하는 것도 문제인데,부하까지 끌고 들어가면 나중에 부하들도 저절로 부정에 입학하게 됩니다"며 부장 이상 간부급 임직원들을 겨냥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신경영 선언 18주년을 맞아 비리와 부정이 없는 제2 신경영 화두로 '1급수 경영'을 제시하고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임직원 부정과 비리의 출발점이 중소 협력사와의 거래 관계에서 발생하는 것을 감안한 계산된 발언이자 경고라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대 · 중소기업 상생 구조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는 이유를 중간 관리를 맡고 있는 임직원들의 도덕과 원칙,기강이 무너진 데서 찾고 있다는 시각이다.
삼성 임직원들은 이날 이 회장의 행보부터 심상치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회장이 기자들에게 먼저 다가가 '물어보라'고 말한 것부터가 이번 사안을 얼마나 심각하게 보고 있는지를 방증하는 것이라고 위기감을 표출했다.
그룹 관계자는 "쉽게 끝나지 않을 게 분명하다"며 "심각한 중병이 있더라도 한두 곳만 문제라면 거기만 도려내면 될 텐데,지금의 문제는 가벼운 증상들이 만연해있어 웬만한 충격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임직원들은 '테크윈이 우연히 나와서 그렇지,그룹 전체에 부정부패가 퍼져 있는 것 같다''제일 나쁜 것이 부하 직원들 닦달해서 부정시키는 것이다'는 언급에 주목하고 있다. 테크윈 부정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생각을 분명하게 밝힌 것으로 조만간 모든 계열사로 비리감사가 확대될 게 분명해 보인다는 관측이 많다.
부장 이상 간부급 임직원들도 좌불안석이다. 편법과 부정이 없는 기업으로서 삼성 정신을 앞서 지켜야 할 간부들의 마음가짐이 느슨해지면서 미래 삼성을 이끌 주역인 젊은 직원들을 오히려 부정의 길로 이끌고 있다는 게 회장의 인식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부정부패의 책임을 물어 간부급 직원들이 쇄신의 직접적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은 신경영 선언 때 이미 '비(非)정도 1등보다 정도 1등이 낫다'고 거듭 강조했다"며 "조직에 적당주의,온정주의가 조금씩 싹트면서 물이 흐려진 만큼 다시 1급수 경영의 기치를 내세운 것이며 신경영 선언 때 수준의 쇄신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