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디가 선수로 나서 화제다.

주인공은 킵 헨리(50·미국).헨리는 미국PGA투어프로인 브라이언 게이의 골프백을 메어온 프로캐디다.그런데 9일밤(한국시간)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의 TPC사우스윈드에서 열리는 미국PGA투어 세인트주드클래식(총상금 560만달러)에 선수로 출전한다.

헨리가 이 대회에 출전할 수 있게 된 것은 지난해 가을 열린 테네시 PGA지부대회에서 우승한 덕분이다.헨리는 출전여부에 대해 고민했으나 그의 ‘주인’인 게이가 2009년 이 대회에서 우승한 적도 있어서 나가기로 결정했다.물론 그 때 헨리는 게이의 백을 메었다.

게이는 미국PGA투어에서 맨꼴찌권의 ‘단타자’다.그의 올해 드라이버샷 평균거리는 269.9야드(약 246m)로 그보다 짧게 치는 선수는 마이크 위어가 유일하다.그와 함께 플레이해 본 김경태가 “나보다 20야드가 덜 나가는데 놀랐다”고 말할 정도다.헨리는 ‘단타자인 주인도 우승하는데 나라고 못할 게 있는가’라고 생각했을 법하다.게이도 이번 대회에 나오는데 다른 캐디에게 백을 맡겼다.

퍼트를 특히 잘 한다는 헨리는 클럽프로로 활약하면서 투어프로가 되는 꿈을 지니기도 했으나 결국 투어캐디를 자신의 직업으로 택했다.딸을 캐디로 삼아 대회에 나가는 헨리는 “한 번에 한 샷만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겠다”며 “커트를 통과하면 ‘성공한 한 주’로 기억할 것이지만 주말에 플레이하는 것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그러면서 “이 대회가 끝나면 다시 본업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헨리는 1,2라운드에서 강성훈,카메론 퍼시와 동반플레이를 펼친다.

한편 미국PGA투어프로의 백을 메는 캐디 가운데 선수 못지않은 실력을 가진 사람이 더러 있다.카밀로 비예가스의 캐디는 지난해말 미국PGA투어 퀄리파잉토너먼트 최종전에 진출했으나 간발의 차로 투어카드를 받지 못했다.

한경닷컴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