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파동 우려를 키웠던 시멘트업계와 레미콘업계 간 가격 갈등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대다수 중소 레미콘업체들이 일단 잠정적으로 시멘트값 인상을 받아들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형 레미콘업체들은 여전히 가격 인상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고 있어 건설현장의 레미콘 파동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관측이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부 업체를 제외한 대다수 중소 레미콘업체들은 이날부터 종전보다 30% 인상된 가격으로 시멘트를 공급받겠다고 시멘트업체들에 통보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26일부터 잠정 중단됐던 시멘트 공급이 9일부터 재개될 전망이다.

시멘트업계와 레미콘업계는 지난달 시멘트업체들이 시멘트값을 t당 5만2000원에서 6만7500원으로 30% 인상키로 발표하면서 극한 대립 양상을 보였다. 특히 아세아 · 라파즈한라를 제외한 대다수 시멘트업체들이 가격 인상을 받아들이지 않은 레미콘업체에 대해 시멘트 공급을 중단하면서 파동 조짐을 보였다.

시멘트업계는 경영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현재의 납품 가격은 원가에도 못 미칠 뿐 아니라 이윤은커녕 손해만 늘어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분기 시멘트업체의 영업실적은 사상 최악을 기록했다. 쌍용양회를 비롯해 동양 · 성신 · 한일 · 현대 · 아세아 · 라파즈한라 등 주요 7개사의 손실은 총 1796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손실이 3배나 늘어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레미콘업계는 시멘트값의 단계적 인상을 요구해왔다. 시멘트값 인상폭만큼 레미콘값도 올려야 하는데 불황을 겪고 있는 건설업계가 이를 쉽게 들어주지 않을 것이란 점을 들었다. 레미콘업계의 '빅3'인 아주산업 · 유진기업 · 삼표레미콘이 여전히 시멘트값을 올려줄 수 없다고 버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대다수 중소 레미콘업체들은 시멘트 공급 중단에 따른 건설 공사 중단 사태가 우려되면서 시멘트값을 현실화하는 쪽으로 급선회했다는 후문이다.

전문가들은 "건설업체들이 시멘트값 인상분만큼 레미콘값을 올려주지 않을 경우 레미콘업체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며 "시멘트 레미콘 건설사로 이어지는 먹이사슬 구조의 최종 소비자인 건설 쪽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가격 분쟁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빅3' 레미콘업체들이 공급하고 있는 건설현장의 레미콘 물량은 수도권 30%, 전국적으로 15% 정도다.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시멘트값이 오르면 레미콘값도 올려야 하고,주택 경기 침체 속에 있는 건설업체들이 레미콘 가격 인상을 거부할 경우 다시 협상은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