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동차 회사인 미쓰비시의 부품 구매 담당자들은 지난해 4월 현대모비스 김천 공장을 찾았다. 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차량용 헤드램프(전조등)를 살펴보기 위해서다. 제품을 꼼꼼히 따져본 바이어들은 "가격만 맞으면 언제든 계약하고 싶다"며 만족해했다. 이후 미쓰비시와 현대모비스의 협상은 급물살을 탔고,두 달여 만에 계약까지 이뤄졌다.

◆현대모비스,유럽 · 미국 이어 일본까지

현대모비스, 깐깐한 日 차부품시장 뚫었다
현대모비스가 올 하반기부터 미쓰비시에 2억달러 규모의 헤드램프를 공급한다. 이 회사가 일본 완성차 업체로부터 부품 공급 계약을 따낸 건 처음이다. 회사 관계자는 "일본 완성차 업체들은 품질 기준이 매우 까다롭기로 유명하다"며 "유럽과 미국에 이어 일본에까지 제품을 공급하게 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모비스는 또 다른 일본 완성차 업체인 스바루에도 3300만달러 규모의 리어램프(후미등)를 공급하는 계약을 따냈다. 이에 따라 총 2억3300만달러 규모의 부품을 일본에 수출하게 됐다.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가 단일 품목으로 일본에서 수주한 것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미쓰비시에 공급하는 헤드램프는 할로겐,고휘도 방전식(HID),발광다이오드(LED) 3종이다. 내년 하반기부터 공급할 예정인 LED 헤드램프는 지난해 10월 현대모비스와 삼성LED가 순수 국내 기술로 공동 개발했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 부품 업체가 LED 헤드램프를 수출하는 것은 첫 사례"라며 "미쓰비시는 오래 전부터 헤드램프를 공급하던 현지 업체가 있었고,현대모비스가 이 업체와의 경쟁에서 승리했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시장으로 뛰는 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는 지난 1~2년간 글로벌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현대 · 기아자동차에 의존하는 구조도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 2009년 다임러 벤츠에 3500만달러 규모의 오디오와 9500만달러 규모의 배터리 센서를 공급한 데 이어 폭스바겐과는 2000만달러 규모의 램프 공급 계약도 맺었다. BMW에선 8000만달러 규모의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 어셈블리(RCL) 계약을 따냈고,지난해 6월부터는 크라이슬러 차량에 탑재하는 섀시 모델을 대규모로 공급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이번 미쓰비시 계약은 현대 · 기아차에 공급하기 전에 해외 수주에 성공했다는 의미도 있다"며 "국내 업체에 앞서 해외 업체에 먼저 부품을 공급한 것은 2009년부터 벤츠에 납품하고 있는 지능형 배터리센서와 크라이슬러에 공급하는 어댑티브 헤드램프에 이어 세 번째"라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부품 판매 규모로 글로벌 8위까지 뛰어올랐다. 미국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티브뉴스가 잠정 집계한 글로벌 부품사들의 판매액 순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144억3300만달러어치의 부품을 팔아 2009년보다 4계단 상승했다. 이준형 현대모비스 해외사업본부장(부사장)은 "올해 수출 목표 15억2000만달러를 달성할 것"이라며 "매출 대비 10% 정도인 해외 수출 비중을 2015년까지 30%로 늘려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