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조선산업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해양플랜트는 사상 최대 호황,상선은 침체'다. 유가 급등에 따라 드릴십과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의 발주가 급증하면서 2007년을 잇는 최대 호황기로 기록되고 있다. 모두 국내 조선 '빅3'의 강점이 두드러지는 부문이다.

◆'빅3' 올 수주 500억달러 육박 전망

당초 올해 국내 해양플랜트 수주는 작년보다 60%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중동 민주화 시위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증가율은 150%가 넘을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올해 상선 발주규모는 5%가량 감소할 전망이다. 다만 국내 대형3사가 70% 이상의 절대 점유율을 차지하는 초대형 컨테이너선과 LNG선 시장이 호황이란 점은 긍정적이다. 이에 따라 '빅 3'는 상선시장에서도 15% 이상의 수주 성장세가 예상된다.

따라서 올해 대형 3사의 수주액은 50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최대 호황기였던 2007년 수주의 85% 수준이다. 당시보다 높아진 원화의 가치를 감안하면 2007년과 거의 차이없는 수준이다.

이 같은 분석이 다소 보수적인 추정인 점을 감안하면 원화 기준으로 2007년 수주액을 넘어서는 호황이 기대된다. 사실 사상 최대의 수주를 기록했던 2007년 당시의 발주량은 5~10년 안에 다시 보기 어려울 것이란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불과 4년 만에 그 기록을 경신하는 예상 밖의 호황을 맞이한 것이다.

다만 수주 선가가 2007년보다 훨씬 낮고,앞으로 완만한 상승이 예상된다는 게 다른 점이다. 또 빅3의 수주 호황은 부진한 일반적인 조선업황과 따로가는 빅3에 한정되는 얘기다. 일반 유조선,벌크선 발주시장은 침체를 겪고 있어 상선만 건조하는 일반 조선사들은 지난해보다 어려운 해를 보내고 있다.

빅3의 호황을 이끈 선종은 심해 시추선인 드릴십,초대형 컨테이너선,LNG선이다. 드릴십 시장은 지난해 4월 멕시코만 기름 유출 사고로 극심한 침체를 겪었지만 10월 말 멕시코만 시추 금지가 해제되면서 발주가 급증하고 있다. 올 들어 이미 27기가 발주돼 연간 기준으로도 최대치를 돌파했다. 올해 총 42기 발주가 예상된다. 드릴십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열의를 보이지 않았던 현대중공업도 올 들어 9기를 수주했다.

컨테이너선 발주도 연초 예상치 150만TEU(1TEU는 길이 20피트 컨테이너 1개)를 훨씬 뛰어 넘는 230만TEU 이상으로 예상된다. 유가 급등분을 컨테이너 운임에 전가하지 못해 컨테이너 선사의 수익이 악화된 것을 감안하면 인상적이다. 선사들은 선박이 인도되는 2013~2014년 경기 회복으로 선박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유가 급등으로 TEU당 운송비를 낮추기 위해서는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필요하다. 고유가로 인해 저속운항이 고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LNG선도 발주시기가 앞당겨졌다. 유가가 급등하자 상대적으로 가격이 적게 인상된 가스의 경제성이 높아진데다,일본 원전사태로 인해 저탄소 연료로 건조기간이 짧은 가스발전소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서다.


◆고유가로 해양플랜트 강세 지속 예상

당초 올해 상선(유조선 벌크선 컨테이너선 LNG선 등) 발주 시장은 5%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실제로 지난해 전체 발주의 50% 이상을 차지했던 벌크선은 비중이 20% 이하로 급감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의 발주비중을 보였던 컨테이너선은 올해 5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올 컨테이너선 발주의 특징은 초대형 선박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수주할 수 있는 조선소는 국내 대형 3사와 STX조선,필리핀 수빅의 한진중공업,일부 중국 조선소 등으로 한정된다. 이들 이외의 다른 조선사들이 경쟁할 수 있는 시장은 작년보다 30%가량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즉 LNG선,초대형 컨테이너선 등을 수주할 수 없는 일반 조선소들은 심각한 업황 부진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이상을 유지하는 한 해양플랜트 발주 강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드릴십이나 FPSO(원유 생산 · 저장 · 하역 설비) FLNG(원유 생산 · 저장 · 하역 설비) 등의 발주가 강세를 보이면서 향후 수년 동안 해양플랜트만으로 빅3는 각각 100억달러 가까이 수주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빅3의 조선 · 해양 매출인 12조원보다 많은 수주를 지속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드릴십은 내년 수요까지 일부 앞당겨 올해 발주가 진행되고 있어 내년에는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FPSO FLNG 등의 생산설비는 내년에도 꾸준한 증가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내년에도 빅3 조선사는 평균 140억달러 정도의 수주는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전재천 대신증권 연구위원 jcjeon7@daish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