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이 상장 새내기주(株)들을 응원합니다. 증시에 입성한지 6개월 내외의 상장사를 직접 찾아 상장 이후 변화된 모습과 성장성 등을 관련 주주와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해 드립니다. <한경닷컴>과 증시 새내기주들의 커 나가는 모습을 함께 해 보십시오.<편집자 주>

[상장 그 후⑦]케이티롤 "철(鐵) 만드는 철, 아무나 못 만들죠"
우웅. 경기도 화성시 팔탄면에 위치한 케이티롤 공장 안에 들어서자 낮은 기계음이 들려온다. 지난달 26일, 본격적인 더위가 찾아오기 전인데도 붉은 쇳물 탓인지 공장 안은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케이티롤은 철을 판, 봉, 관 등 여러 형태로 만들어 주는 압연용 롤 제조기업이다. 공장 내부 온도를 낮추기 위해 틀어놓은 선풍기 바람에 간간히 쇳가루와 주형에 사용되는 모래가루가 날렸다.

"주물 공장이 이 정도면 엄청 깨끗한 겁니다. 수시로 쓸고 또 쓰니까요." 먼지를 내쫓기 위해 손사래치는 것을 의식한 듯 민종기 케이티롤 대표이사(사진)가 말했다. 민 대표의 말대로 빗자루 두어자루가 공장 곳곳에 놓여 있었다. "대표님이 워낙 깔끔하셔서 직원들이 틈틈이 빗자루질 하는 게 습관이 됐다"고 옆 직원이 귀뜸해 준다.

케이티롤은 36년 전 아령 등을 제조하는 주물업체로 시작했다. 경기도 안양시에서 시작한 주물 공장은 250평 남짓한 크기로, 소위 '마치코바(町工場, 작은 공장을 말하는 일본어)'였다. 주요 제품인 아령, 맨홀은 쇠를 깍고 남은 쇳가루를 녹여서 단순한 형태로 만들면 됐다.

사업이 순조롭게 성장해 나가자 공장기계, 자동차부품, 압연용 롤로 제조품군을 늘렸다. 그러나 현재 공장인 경기도 화성시로 이전하면서 케이티롤은 압연용 롤에 사업을 집중시켰다. 민 대표는 "사업을 시작할 당시에는 기계가 아닌 숙련공이 철을 늘리고 있었다"며 "이걸 학부 출신 엔지니어도 생산할 수 있게 해야겠다 싶어 롤을 만들게 된 것"이라고 회상했다.

[상장 그 후⑦]케이티롤 "철(鐵) 만드는 철, 아무나 못 만들죠"
그러나 롤 사업은 만만치 않았다. 롤은 철(鐵)을 만드는 철이기에 쉽게 마모되지 않고, 깨지지 않으며 열에 강해야 한다. 무엇보다 신규 사업인만큼 거래처가 신뢰를 갖고 제품을 사용해줘야 한다. 민 대표는 "중소 압연철강업체에 찾아가 제품을 먼저 써보게 한 다음 정식계약을 맺었다"며 "사업 초기에는 6개월 간 매출이 일어나지 않은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케이티롤은 이제 국내 중소형 압연롤 1위 업체로 발돋음 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지난해 케이티롤의 국내 중소형 압연롤(8톤 이하) 시장점유율은 75%로 압도적으로 높다. 주요 매출처인 포스코는 현재 전체 매출의 26%, 동국제강은 18%, 현대제철은 12%를 차지한다. 일본 스미토모금속공업 등 해외 수출 비중도 20%를 넘는다.

[상장 그 후⑦]케이티롤 "철(鐵) 만드는 철, 아무나 못 만들죠"
그렇다면 앞으로 케이티롤의 과제는 뭘까. 민 대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롤 제조업체가 되는 것이 목표"라며 "아직은 부지를 물색하는 초기 단계지만 장기적으로 공장 이전을 통한 생산능력 확장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공장 부지는 약 4만9500㎥(1만5000평), 생산능력은 3만톤(현재 1만톤)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전 예상 자금 500억원은 대기업의 일부 지원금과 회사 자체 자금, 은행 부채 등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공장 이전 뒤에는 후판용 롤로 사업 영역도 확장할 예정이다. 압연용 롤 1개당 중량은 평균 2.5톤인데 비해 후판용 롤은 30톤에 달하는 대형 제품이다. 중량 대비 압연용 롤보다 생산 원가는 낮고 진입장벽은 높아 경쟁력 있는 제품으로 민 대표는 판단했다.

그는 "아직도 주물업이 3D(어렵고, 더럽고, 위험한) 직업으로 여겨지는 게 아쉽다"며 "분진 등을 최소화한 깨끗한 공장을 만들어 직원도 현재 약 100명에서 300명까지 늘릴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한경닷컴 정인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