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재판받던 소년이 난동을 부려 판사가 화장실로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어요. "

40년 가까이 법정을 지켜 온 베테랑 보안관이 법원을 떠난다. 6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에서 형사재판의 질서유지와 안전을 총괄하는 형사보안담당관 김규덕 경위(60 · 사진)가 이달 30일 정년퇴직한다.

김 경위가 처음 법원에 발을 디딘 것은 1973년 5월8일.그는 고교 졸업 후 채용 시험을 통해 법관 명령에 따라 소송관계자를 인도하고 법정 정돈이나 기타 소송 진행에 필요한 사무를 집행하는 법원 '정리(廷吏)'로 인연을 맺었다.

이후 서울가정법원과 서울민사지법，서울형사지법，광주고법 등 전국 법원을 돌며 38년을 '법정 지킴이'로 보냈다. 제도의 변천에 따라 1995년 정리가 '법정 경위'로，2005년부터는 '법원 경위'로 명칭이 바뀌었다.

직급을 넘어 인간적으로 대해준 판사들을 만나 끈끈한 동료애를 느꼈던 소회도 털어놨다. "지금 대법관으로 계신 분인데 판사 시절，퇴근 후에 그분과 해장국을 함께하며 '시위하다 잡혀 온 대학생에게 무죄를 선고하면 정부에서 미움받지 않겠냐'고 물었더니 '판단이 그렇게 나오는데 어떻게 하겠냐'고 담담하게 답하더라"는 일화도 전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