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둥성 지난(濟南)시 란샹(藍翔)직업학교를 주목하라.' 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업체인 미국 구글이 지난주 발표한 성명에서 언급한 내용 중 일부다. 미국 고위 관리의 G메일이 해킹당했다는 것을 폭로하면서 란샹직업학교를 해커의 활동무대로 지목한 것.월스트리트저널은 이 학교가 요리 자동차정비 등을 가르치는 평범한 직업교육기관인 동시에 1300대의 고성능 컴퓨터를 보유한 교실까지 두고 있다고 5일 보도했다. 또 중국 인민해방군의 지원을 받고 있어 체계적인 해커 양성소가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해킹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최근 세계 최대 방산업체인 록히드마틴의 보안망을 해킹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도 최근 "중국 해커들이 지난 2년간 동남아 국가들의 외교부 홈페이지 등 세계 103개국 1200여개에 달하는 컴퓨터를 훑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한국의 한미연합사령부가 북한의 남침에 대비해 수립한 군사기밀인 '작전계획 5027'의 설명자료도 중국 해커에게 뚫려 군 수사당국이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5일엔 신학용 민주당 의원 보좌관의 이메일 해킹을 시도한 흔적도 발견됐다.

민간에서도 해커를 반공개적으로 육성한다. 중국 인터넷에서 해킹학원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문제는 해커들이 '중화민족의 투사'임을 자처하고 있다는 것.중국 해커연맹은 홈페이지에서 '우리는 영원히 국가와 인민을 보호하고 언제나 국가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고 못 박았다. 중국에서 해커가 문화대혁명 당시 일종의 민간경찰 역할을 했던 홍위병의 홍자를 본떠 '훙커(紅客)'라고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훙커는 약 5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북한도 중국처럼 조직적으로 해커를 양성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 당국자는 "전국에서 영재를 뽑아 평양의 금성 1,2중학교에 모아놓고 양성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특히 지난해 정찰총국 예하 사이버부대인 121소를 121국(사이버전 지도국)으로 승격시켰고 소속 병력도 기존 500명에서 3000명 수준으로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