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스팩 뿐만 아니라 합병을 결정한 다른 스팩사들의 합병 승인 주총이 연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대신스팩이 합병 승인을 연기한 이유가 부진한 주가로 인한 대량 주식매수청구권이 나올 것이란 우려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2일 대신스팩의 종가는 1870원으로 주식매수청구가인 2007원보다 낮다. 기업이 제시한 매수 가격이 주식 매수 청구가인데 주식매수청구권을 가진 주주들은 이 가격에 주식 매수를 청구할 수 있다. 주식매수청구권은 합병을 반대하는 주주가 해당 기업에 보유주식을 매수토록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대신스팩의 종가가 공모가(2000원)를 크게 하회하면서 대신스팩의 대다수 투자자들이 대거 합병에 반대하면서 주식 매수 청구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공모가인 2000원 보다도 낮은 가격에 주당 가격이 형성되면서 스팩 투자자들이 주식매수 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졌다. 그나마 주식매수 청구가격(2007원)은 공모가보다 높기 때문이다.
주요 기관투자자들도 이 같은 이유로 일제히 합병에 반대하고 나섰다.
KTB자산운용과 블리스자산운용, 동부자산운용은 지난 1일 공시를 통해 대신스팩의 합병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 3개 운용사가 보유하고 있는 대신스팩 지분은 14.05%에 이른다. GS자산운용은 합병 안건에 대해 지분(0.88%)을 행사하지 않겠다며 기권했다.
스팩 주가가 매수청구가 보다 낮은 상태인 데다 합병 대상 회사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합병 이후까지 주식을 들고 가기엔 위험 부담이 크다는 것이 기관투자자들의 속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스팩 투자자들이 공모가보다 낮게 거래되는 현재 주가 수준에서 당장 손실을 보면서 합병에 찬성할 이유는 없다"면서 "공모가보다 조금 높은 주식 매수 청구 가격에 주식을 정리하는게 더 났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 상황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향후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 심리보다는 당장 이익실현 욕구가 커질 것이란 판단이다.
그는 또 "스팩은 설립한 이후 3년이 지나 합병이 실패하게 되면 자연 청산된다"면서 "청산된 이후 투자자금과 이자를 돌려받게 되는데 지금 현재 해당 스팩의 주가 상황이 불확실한데 굳이 스팩 합병에 찬성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은 신영스팩1호도 마찬가지다. 신영스팩1호의 종가는 984원이고, 공모가는 1000원이다. 주식매수청구가는 1080원으로 공모가를 웃돌고 있다.
한편 대신증권은 이날 오는 7일 예정된 임시주주총회에서 주식분할 및 감자, 썬텔과의 합병을 결의할 계획이었으나 최근 스팩 시장에서 합병을 발표한 회사들의 주가가 주식매수 청구가격에 훨씬 못 미치고 있어 합병 승인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대신증권 측은 "IPO(기업공개)시장에서도 공개 기업의 주가 부진이 이어지는 등 시장 환경이 비우호적으로 조성됨에 따라 향후 시장환경 변화 등을 확인하고 적절한 시기에 합병 결의를 진행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대신증권그로쓰알파스팩은 피합병법인인 썬텔의 향후 성장성에 대한 신뢰를 여전히 가지고 있다"며 "이번 일정 연기로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주주이익 극대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임시주총 연기 이후의 상황에서 결국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시간이 지나 시장 상황이 좋아질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이 스팩의 주가를 올리는 것은 아니다"면서 "앞으로도 스팩사들의 주가 부진이 이어진다면 합병을 결정한 스팩사들의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한경닷컴 최성남 기자 sul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