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 구명 운동을 벌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이 부인 권성자 씨가 소유하고 있던 업계 7위 부동산신탁회사 아시아신탁의 주식 4만주(4억원어치)를 위장 보유했다는 정황이 사정당국에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신탁은 김 전 원장이 이사회 의장으로 경영에 관여한 회사다.

2일 복수의 사정당국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전 원장은 2008년 3월 금감원장 취임 직전 서울대 동문인 사업가 박모씨에게 부인 명의 주식을 매각이 아닌 명의신탁 형태로 넘긴 정황이 포착됐다. 명의신탁은 일종의 '차명보유'다. 실제 소유주는 바뀌지 않은 채 장부상 소유주만 바꾸는 것이다. 세금을 회피하거나 대주주 등재를 꺼릴 때 사용되는 기법이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부인 명의의 주식이 사업가 박씨에게 넘어갔으나 대금을 받은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다"며 "주식거래를 하며 돈을 받지 않았다면 명의신탁일 개연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김 전 원장은 2007년 아시아신탁 주식 4만주(지분율 4%)를 매입했다가 공직자 재산등록 의무가 있는 금감원장 취임에 맞춰 2008년 3월24일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고 신고했다.

김 전 원장은 2006년 아시아신탁의 관계사인 아시아자산운용(아시아신탁이 지분 9.9% 보유)의 인가가 늦어지자 당시 금감원 은행감독국장 등을 찾아가 크게 화를 내며 재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당시 인가가 늦어진 것은 아시아자산운용 측에 그만한 사유가 있었기 때문인데 김 전 원장이 금감원 부원장까지 지낸 나를 이렇게 대접하느냐고 펄펄 뛰어 처리를 서둘렀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아시아신탁과 아시아자산운용은 작년 6월 말 부산저축은행 유상증자에 100억원을 투자했다. 부산저축은행과 대전저축은행은 아시아자산운용의 지분 4.5%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김 전 원장이 작년 초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을 묵인해줬다가 감사원 감사에 적발된 금감원 직원들의 징계를 무마하기 위해 감사원을 직접 찾은 것도 아시아신탁 · 부산저축은행과의 특수관계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