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1악기' 확산…소득 2만弗은 시장 성장 변곡점
연초부터 어쿠스틱 기타 수요가 급격히 늘면서 악기업체들은 물량을 대느라 애를 먹고 있다. 영창악기는 지난 1분기에 생산 물량이 동나는 바람에 2500대가량 부랴부랴 추가 생산했고,삼익악기는 재고가 아예 동이 났다. 특히 15만~20만원 안팎의 초보자용 모델은 말 그대로 '없어서 못 팔' 정도다. 이 때문에 악기업체들은 예년보다 생산 물량을 40%가량 늘리고 있다.
◆'음악 열풍'에 악기 업체 실적도 '순풍'
최근 업체들의 실적도 이를 반영하듯 '함박웃음'이다. 삼익악기는 지난 1분기에 매출 258억원,영업이익 4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실적(매출 208억원,영업이익 16억원)에 비해 크게 개선된 성적표다. 야마하뮤직코리아도 작년 동기 대비 12%가량 매출이 늘었고,영창악기도 매출이 9.1%,영업이익은 59% 증가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지난해 케이블채널 엠넷의 인기 프로그램 '슈퍼스타K'와 올초 안방극장에 출연해 통기타의 향수를 불러일으킨 '세시봉' 효과가 크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또 '국민 여동생'으로 불리는 가수 아이유가 최근 기타 공연을 자주 선보이고 '나는 가수다'라는 서바이벌 음악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이 같은 열풍에 직접 참여하려는 이들이 줄을 이었다는 것이다.
◆국민소득 2만달러…악기 시장 열린다
음악 관계자들은 이 같은 현상이 반짝 인기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소득 2만달러'가 악기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는 분기점이 된다는 해외의 경험 때문이다. 김광현 대중음악평론가는 "악기 시장은 대개 국민소득 2만달러 시점부터 성장하기 시작해 3만~4만달러 수준을 성숙 단계로 본다"며 "여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구매여력이 커짐에 따라 음악이 '감상'의 대상에서 '참여의 대상'으로 옮겨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후쿠토메 히토시 야마하뮤직코리아 대표도 "소득 수준이 높은 선진국 악기 시장이 인구 1억명 당 10억달러 정도를 형성하고 있는 데 비해 한국은 4억6000만달러 수준으로 아직 초입 단계"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일본도 1964년 도쿄올림픽 이후 국민소득이 늘고 문화적 기반이 성숙하면서 시장이 커지기 시작했다"며 "한국 시장은 앞으로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1인 1악기 시대 성큼
실제 국내 직장인 악기 동호회나 밴드,중 · 고등학교 방과후 음악교실 등 자발적인 음악 활동 모임은 매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정부차원에서도 QWL(Quality of Working Life · 노동의 삶의 질) 밸리 사업의 일환으로 일부 산업단지에 악기 지원 등을 통해 음악 활동을 장려하면서 이 같은 흐름은 더욱 가속화되는 추세다.
영창악기 관계자는 "1990년대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피아노 비중이 최근 15% 선까지 떨어지고 동호회 등을 중심으로 하는 기타 우쿨렐레 등으로 악기 판매가 다변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1인 1악기 시대'에 다가서면서 특정 계층만 하는 전문 악기라는 인식이 강했던 색소폰 등 관악기를 구입하는 일반인들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정소람 기자 soram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