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포드자동차는 독일 아헨대와 함께 운전자의 심장 박동을 체크할 수 있는 차량용 시트를 개발하고 있다. 시트에 전극 센서를 달아 심장 박동을 확인하는 시스템이다. 포드 유럽연구센터의 아힘 린드너 의료담당 책임자는 자동차 전문지 디트로이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운전자가 인지하기 어려운 위험 상황을 감지해 사고를 예방해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도요타는 최근 도쿄대와 손잡고 차량의 설계 및 주행 시뮬레이션(모의실험)을 통해 사람의 뇌혈관 질병을 예측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차량의 주행 패턴 등을 의학 기술에 적용,사람의 뇌출혈 등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예측하는 기술이다. 자동차 기술을 메디컬(의학) 분야에 적용한 독특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차량과 의학을 결합한 이른바 '오토메디컬' 연구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주행 중 갑작스러운 발병 등으로 긴박한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운전자들을 돕기 위해서다. 자동차는 현대인들이 집과 회사를 떠나 있을 때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장소라는 점에서 업계는 오토메디컬 연구에 주목하고 있다.

가장 활발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곳은 포드다. 이 회사는 자사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정보+오락) 시스템인 싱크(Sync)에 각종 의료장치를 결합한 기술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당뇨병,천식 등 만성 질환을 앓고 있는 운전자들을 위한 차량용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예컨대 당뇨병 환자의 혈당 수치에 따라 각종 경고 메시지를 내보내 운전대를 잡지 않도록 권유하는 방식이다. 천식이나 감기를 앓고 있는 운전자에게는 주변의 꽃가루 농도 등을 알려 사전에 경고해주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블루투스(근거리 무선통신) 기술을 통해 스마트폰으로도 다양한 안내를 해준다.

폴 마스카레나스 포드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이 같은 기술은 앞으로 1~2년 내에 상용화할 것"이라며 "포드는 2005년 이래 관련 연구를 지속적으로 해왔다"고 말했다. 게리 스트러몰로 포드 정보전자공학 매니저는 "자동차가 치료할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다"며 "운전자의 심장 박동에 따라 차량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바꿔주는 시스템 등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GM 역시 다양한 응급 상황을 운전자에게 알려주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의 비제이 아이어 대변인은 "GM의 텔레매틱스 시스템인 '온스타'를 통해 비상시 운전자에게 경고해주는 장치 등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 · 기아자동차도 운전자의 건강 상태나 생체 정보 등을 감지해 차량을 제어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아직 공개할 단계는 아니지만 내부에서 팀을 꾸려 차량과 메디컬 기술을 결합한 다양한 장치 등을 실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