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말일은 신세계백화점 임직원 및 협력사 직원 2만7000여명에겐 '스트레스 받는 날'이었다. 한국갤럽의 전문 모니터요원을 통해 실시한 그달의 '소비자만족(CS) 평가'가 발표되기 때문이었다. 점포별 · 층별 · 부문별로 등수는 물론 점수까지 공개되는 데다 평가결과가 점장 · 팀장 · 매장관리자의 인사고과에 적용되는 만큼 '나쁜 성적표'를 받은 부서와 입점업체들은 일순간에 '초상집'이 된다. 고객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마련한 평가제도가 오히려 매장 직원들의 얼굴에서 '웃음'을 빼앗는 역효과를 가져왔던 것이다.
신세계백화점이 이런 방식의 CS평가 공개제도를 최근 없앴다. 외환위기 직후 도입한 '공개형 CS평가 제도'를 14년 만에 '업계 최초'로 폐지한 것이다. 박건현 신세계백화점 대표는 지난 주말 경기도 곤지암리조트에서 열린 협력회사 초청 동반성장 간담회에서 "성적표를 공개하는 방식의 CS평가가 협력업체 현장 근무자들의 사기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 2월부터 없앴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은 CS평가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동시에 평가항목도 간소화했다. 과거 7개였던 평가항목을 '고객 응대 친절도'와 '고객이 지적한 불만사항' 등 2개로 줄였다. 핵심 평가지표 중 하나였던 '매장 청결 정도'는 아예 뺐다. 평가방식도 점수 대신 A,B,C 등 3개 등급으로 나눈 뒤 C등급으로 평가된 하위 10%에 대해서만 비공개로 '스마일 교육'을 실시하는 식으로 바꿨다.
최동화 신세계 고객서비스팀 주임은 "CS평가 제도를 바꾼 뒤 평균 85점 안팎이었던 CS점수가 지난달에는 93.5점으로 5~10점 정도 올랐다"고 설명했다. 이런 '고객 서비스 개선'은 매출 상승에도 일부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 들어 4월까지 신세계의 매출 신장률(기존점 기준)은 19%로,롯데백화점(16.2%)과 현대백화점(12.4%)을 앞섰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