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중소기업을 쥐어짠다는 것이 첫번째 비판이다. 지금 동반성장 위원회가 이 문제를 맡고 있다. 계열사를 만들어 부를 빼돌린다는 것은 두 번째 논점이다. 이는 기획재정부와 공정거래위가 맡고 있다. 대주주 혹은 일가 친족이 자잘한 납품을 독점하거나 대주주의 자녀가 회사를 만들어 부를 빼돌린다는 비판들이다.

사실 거대 기업의 대주주 혹은 상속자가 별도의 회사를 만들어 부를 빼돌린다고 의심받는 사례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구내식당 식자재는 물론 사무용품에 청소용품 같은 자잘한 물건들까지 일가친척이 영위하도록 하는 것은 체면에도 맞지 않고 사업기회를 다투는 중소기업들의 비난을 충분히 들을 수도 있다.

아마도 두 가지 원인이 있을 것이다. 가장 먼저 지적되어야 할 것은 많은 기업주들이 아직도 봉건적 가족관계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잘사는 큰집이 살림살이가 아쉬운 기타 가족들을 책임진다는 식의 가족의식이 있는 동안은 이런 현상이 줄어들지 않는다. 대기업의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사업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는 것들이 대체로 이런 범주에 속한다. 시대 변화에 따라 이 문제는 점차 해소될 것이다.

그러나 대주주 직계 상속자가 시도하는 부의 이전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이는 현행 상속 · 증여에 관한 법이 바뀌지 않는 동안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상증법 자체가 징벌적 독소조항들을 안고 있고 이 부분들이 시정되지 않는다면 기업가들은 필연적으로 편법을 시도하게 된다. 현행 상증법은 세율을 10~50%의 5단계로 두고 있지만, 대기업 경영권이 딸린 직계 자녀 상속에 대해선 30%의 할증을 붙여 무려 65%의 세금을 물리게 돼 있다. 세계 최고다. 만일 이런 상속세를 법대로 낸다면 기업의 실체는 상속과 더불어 공중분해되고 사회화되며 민간 기업의 장기적인 존속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진다.

한국 자본주의를 떠받치는 상속세제의 독소요, 맹점이다. 65%를 내고 나면 기업은 무너지고 해체된다. 바로 이 때문에 캐나다 호주 홍콩 싱가포르 스웨덴 등 대부분 국가들은 아예 상속세 자체를 폐지해 버린 것이다. 미국은 기업을 물려받은 상속자가 경영을 계속하는 동안에는 과세를 이연해주고 주식을 매각하는 시점에 비로소 세금을 부과한다. 우리나라 상속세는 기업의 영속성을 저지하는 오류에 빠져 있다. 상속세를 내기 위해서라도 위장 계열사를 만들어 납세용 자금을 확보하지 않고는 도저히 기업을 상속받을 재간이 없는 것이다. 정치권이 풀어야 할 과제다. 이는 감세 논란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