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에 '나는 가수다' 열풍이 한창이다. TV방송 다음날인 월요일 점심에 서울 여의도 식당가는 온통 '나는 가수다' 얘기로 뒤덮인다. 이 같은 열기는 애널리스트들이 발간하는 보고서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지난 24일 '나는 내수주다'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놨다. 전날에는 동양종금증권과 SK증권에서 '나는 내수 락스타 주식이다'와 '나는 신입사원이다'란 보고서를 각각 냈다. 패러디한 제목을 단 보고서들이다. 그외에도 '나는 중국 수혜주다' '나는 흑자기업이다' '나는 주도주다' 등 방송이 시작된 3월 이후 총 11편의 패러디 제목 보고서들이 발간됐다.

점점 높아지는 '나는 가수다'의 인기를 반영하듯 패러디 보고서도 이달 들어 눈에 띄게 많아졌다. 3월과 4월에는 2건에 불과했으나 이달 들어선 7편의 보고서가 등장했다.

'나는 주도주다' 보고서를 쓴 홍순표 대신증권 연구원은 "집에 TV가 없어 프로그램을 본 적이 없다"면서 "주변에서 얘기를 너무 많이 해 알게 됐다"고 말했다. 홍 연구원이 쓴 보고서는 화학 · 자동차 등 기존 주도주가 심사위원 외국인 앞에서 오디션을 보는 것으로 상황을 설정하고 있다.

'나는 가수다'를 통해 실력있는 가수들의 진가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됐다는 점이 좋은 종목을 투자자들에게 알리고 싶은 애널리스트의 희망과 일맥상통한다는 평가도 있다.

'나는 백화점이다'보고서를 쓴 박종렬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백화점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우수해 주가가 재평가될 필요가 있어 이를 부각시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작년 말 '슈퍼스타K2'가 인기를 끌 때 '슈퍼스타 K3를 찾아라'보고서를 쓴 양창호 현대증권 연구원도 "이 프로그램의 매력은 흙속에 묻힌 진주를 캐는 설렘일 것"이라며 "뛰어난 펀더멘털을 가졌지만 대형주 중심의 시장이라는 환경에 막혀 마음껏 노래할 수 없었던 중소형주를 대상으로 슈퍼스타를 찾아보고자 시도했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