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를 쉽게 치면서 즐기자는 모토로 출발한 '대안(代案) 골프'가 미국에서 확산되고 있다. 제도권에서 이를 전격 수용키로 했으며 골프 산업의 '틈새시장'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대안 골프가 주목받는 이유는 골프 인구 감소 때문이다. 미 내셔널골프재단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 골프인구는 2009년 2710만명에서 지난해 100만명(3.6%) 감소한 2610만명으로 집계됐다. 2000년 2880만명에서 2005년 3000만명을 정점으로 매년 골퍼가 줄고 있다. 미 골프계는 골프 인구의 감소 원인으로 '골프가 너무 어렵다'는 것을 꼽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메이저대회인 PGA챔피언십을 주관하는 'PGA 오브 아메리카'는 최근 부상하고 있는 '대안 골프'를 적극 수용키로 했다. 조 스테란카 PGA 회장은 "아마추어 골퍼들이 죄책감을 갖지 않고 골프를 더 즐겁게 배울 수 있도록 변형된 룰 '18개 조항'을 제정해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이 조항에는 '대안골프협회'의 주장이 대부분 받아들여질 전망이다. 벙커샷을 한 차례 실패하면 '핸드웨지(손)'로 볼을 꺼낼 수 있고 페어웨이에서도 티를 꽂고 치도록 허용할 방침이다. 3퍼트 이상은 무조건 'OK'이고 OB가 나도 1벌타만 받고 페어웨이로 나가서 친다. PGA는 이런 대안 골프가 허용되면 골프를 떠났던 인구의 3분의 2 정도가 돌아올 것으로 예상한다.

대안 골프는 골프 산업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의 골프장,골프클럽 등과는 차별화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될 태세다. 실제로 일부 골프장들은 골프가 쉬워지도록 코스를 개조하고 있다. 플로리다의 라톤다의 한 코스는 지난 2월 그린의 홀 크기를 원래의 직경 108㎜보다 큰 152.4㎜의 홀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잭 니클로스는 최근 오하이오주에 있는 뮤어필드 빌리지 코스와 플로리다에 있는 베어스 클럽 코스를 12개홀로만 구성해 짓고 있다.

클럽메이커들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지난 3월 방한했던 톰 스타이츠 나이키골프 클럽 개발 총책임자는 "현재로서는 USGA의 공인 기준을 따라야 하지만 골퍼들이 원한다면 비공인 골프클럽을 만들 준비가 다 돼 있다"고 말했다.

수박만한 헤드를 가진 드라이버,똑바로만 날아가는 골프볼 등 다양한 변형 클럽이 등장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 대안 골프

미국 실리콘밸리의 전 · 현직 CEO들이 기존 골프 룰을 무시하거나 완화해 라운딩하는 플로그톤('Not golf'를 거꾸로 읽은 것) 운동을 펼치면서 골프계의 이목을 끌었다. 매 홀 멀리건을 한 개씩 주는 등 까다로운 룰에 얽매이지 말고 골프클럽이나 볼도 자유롭게 만들자고 주장한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