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원로인 이만섭 전 국회의장(사진)은 25일 "한나라당이 민심을 두려워하고 개혁에 나서겠다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포퓰리즘식으로 진행되거나 권력 투쟁 양상으로 비쳐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전 의장은 최근 한나라당에서 감세 철회나 반값등록금 등의 정책을 놓고 당 정체성 논란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선거 패배의 원인을 놓고 성찰하고 반성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개혁은 시간을 갖고 차분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총선을 앞두고 허겁지겁 개혁한다거나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계파들이 감투싸움을 하는 것처럼 비쳐진다면 그런 개혁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그는 반값등록금 정책에 대해 "반값을 주장하기보다는 등록금 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꿔 나가되,대학들이 자진해서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줄여주는 노력을 하도록 정부 정책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등록금 부담 완화와 동시에 대학 구조조정을 통해 한계에 다다른 대학을 정리하는 작업이 반드시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감세 철회 문제와 관련해서는 "감세 철회는 나라 전체 경제의 회생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할 문제"라고 전제한 뒤 "특히 법인세의 경우는 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측면에서 감세 철회에 반대한다"고 했다.

이 전 의장은 한나라가 신 · 구주류로 나뉘어 당권 · 대권을 놓고 치열한 계파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선거에서 지고 민심을 떠받든다면서 서로 감투를 얻기 위해 싸우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자살 행위나 마찬가지"라는 비판이다.

그는 "무슨 개혁이든지 시간에 쫓겨서 하면 탈이 나게 마련"이라며 "시간을 가지고 부작용까지 감안하면서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의장은 1963년 6대 국회의원을 시작으로 8선을 한 정치 원로로 1985년 한국국민당 총재와 14대와 16대에 국회의장을 지냈다. 한나라당 전신인 신한국당에는 14대와 15대 때 몸담았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