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판 구글' 얀덱스가 24일 미국 나스닥에 입성했다. 상장 첫날인 이날 얀덱스 주가는 공모가보다 55.4% 급등한 38.84달러에 장을 마쳤다. 기업가치는 80억달러에 이른다.

얀덱스는 이번 상장으로 13억달러를 끌어모아 인터넷 기업 중 2004년 구글(17억달러) 이후 최대 규모로 증시에 데뷔하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얀덱스의 상장은 정보기술(IT) 기업의 버블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동시에 구글을 맥 못 추게 만든 중국의 바이두,일본의 야후재팬,한국의 네이버 등을 부각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지적이다. 세계 인터넷 검색 시장의 70%를 장악한 구글도 러시아에선 얀덱스의 벽을 넘지 못했다.


◆구글이 거부한 얀덱스의 반격

얀덱스는 2005년 구글이 러시아 진출을 타진할 때 회사를 인수해달라고 제안했으나 비싸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지금 상황은 역전됐다. 러시아에서 지난해 4분기 얀덱스의 점유율은 62%로 구글(34.5%)을 크게 앞섰다. 지난해 매출은 4억4000만달러로 전년대비 43% 증가했다. 순이익은 90% 급증한 1억3400만달러였다.

러시아가 금융위기 영향을 덜 받은 데다 인터넷 보급이 확대되는 점을 감안하면 성장성이 높다는 평가다. 비즈니스위크는 "다른 러시아 기업과 달리 얀덱스는 천연자원이나 정치적 배경 없이 순수한 기술력으로 성장했다"고 분석했다.

검색 기능만 갖춘 구글에 비해 얀덱스는 부가서비스로 앞서 나갔다. 2006년 웹방송 시스템을 활용해 당시 대통령이던 블라디미르 푸틴과의 만남을 진행,국민 검색엔진으로 발돋움했다. 친목을 중시하는 러시아인의 특성을 감안해 '친구찾기'를 전면에 배치했다.

온라인 신용카드 결제가 익숙지 않은 러시아인을 겨냥해 결제 대행업체 '얀덱스머니'에서 구입한 현금카드로 온라인 쇼핑을 하도록 했다.

"러시아어는 문법이 복잡해 구글의 콘텐츠가 러시아어로 치환되기 어려운 것"(서치엔진워치)도 얀덱스가 구글을 물리친 배경으로 꼽힌다. 얀덱스를 창업한 아르카디 볼로즈 최고경영자(CEO)는 볼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직접 몰고 다니고 가족경영을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바이두 야후재팬 네이버도 구글 이겨

바이두 야후재팬 네이버를 비롯해 체코의 세즈남 등도 얀덱스처럼 구글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업체들이다. 현지 문화에 맞는 시장 공략이 이들 업체가 승리를 거둔 공통된 배경이다.

바이두는 중국 시장에서 법인회원에 소프트웨어를 판매해 수익원을 다양화했고 네티즌들끼리 질문을 묻고 답하는 서비스를 도입해 친숙도를 높였다. 지식재산권 인식이 희박한 중국에서 불법 음원 서비스로 고객을 끌어모은 것도 급성장 배경으로 꼽힌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규제로 바이두가 이달 말 저작권 허가를 받은 음악으로 다운로드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어서 고성장이 지속될지 주목된다. 구글이 콘텐츠 자체 검열을 거부하면서 중국 정부와 갈등을 빚는 사이 '어부지리' 효과도 봤다.

체코의 세즈남은 포털 서비스에 초점을 맞췄다. 체코인들은 지식을 검색하거나 메일을 보내는 것보다는 웹사이트를 둘러보며 재밋거리를 찾는 데 관심을 보인다. 세즈남이 다양한 분야의 링크 기능을 강화한 이유다. 네이버도 비슷한 경우다.

야후재팬은 일본에서 51%의 점유율로 구글(38%)을 앞서고 있다. 야후는 구글보다 5년 빠른 1996년 일본에 진출해 시장을 선점했다. IT 전문지인 테크크런치는 "비디오포털 소셜네트워크 등 콘텐츠를 늘리고 광고 · 마케팅 회사를 인수하면서 사업다각화와 현지화에 성공했다"며 "손정의 사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가 야후재팬 지분을 갖고 있어 공동 마케팅이 가능한 것도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김용준/강유현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