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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낭소리' 저작권 소송도 조정 통하면 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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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콘텐츠분쟁조정위 출범 한 달…전문가 좌담

    온라인 게임 분야 분쟁 많아
    글씨체 하나 쓰는 것도 민감
    1~2년 걸릴 분쟁 빠르게 조정

    위원회 출범 1년간 조정비 무료
    내년 4월부터 500만원 초과하는 소송가액 중 3%만 부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가 출범 한 달을 맞았다. 이 위원회는 게임,에듀테인먼트,방송영상,출판 · 음악 · 공연 등 콘텐츠 산업 분야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분쟁을 민사재판보다 빠르고 쉽게 조정하기 위해 만든 기구다.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한국경제신문은 초대 위원장으로 선임된 성낙인 서울대 법대 교수를 비롯해 김형진 법무법인 정세 변호사,변웅재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정선언 독립제작사협회장,이상원 한성대 애니메이션학과 교수,박태순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연구위원,이형세 한국이러닝산업협회장 등 법조 · 산업 · 학계 전문가들과 함께 '콘텐츠분쟁조정 좌담회'를 가졌다. 사회는 유재혁 한국경제신문 문화부 차장이 맡았다.

    ▼사회=산업 발달로 콘텐츠 분쟁의 범위도 넓어졌다. 어떤 분쟁이 많은가.

    ▼성낙인 교수=게임 관련 분야가 제1분과로 분류돼 있다. 2분과가 에듀테인먼트,3분과가 방송영상,4분과가 연예 오락 음악 공연 등 기타 콘텐츠다. '게임 강국'이라 불리는 만큼 아무래도 게임 분쟁이 많다.

    ▼김형진 변호사=온라인 도박 문제가 심각하다. 포털 사이트에서 온라인 고스톱 등이 변질되면서 큰 수익을 내는 거대한 산업으로 바뀌고 있다. 온라인에서 쌓은 포인트와 점수를 환전해 주거나 중개하는 업체도 많이 생기고 있다.

    ▼정선언 회장=드라마 등 외주제작 비율이 커지면서 방송사와 외주제작사 간의 저작권 분쟁도 뜨거운 감자다. 100% 사전 제작제가 이뤄지지 않는 환경에서 투자한 방송사와 제작사 중 어느 쪽에 해외 수출 판권을 더 줄 것인가는 끊임없는 논쟁거리다.

    ▼이형세 회장=이러닝은 1차 저작물을 사용해 2차 저작물을 만들기 때문에 분쟁거리도 많다. 글씨체 하나 쓰는 것에도 민감하다. 1차 저작물의 인용 정도에 따라,원소스멀티유즈 매체 수에 따라 다툼이 많다.

    ▼사회=사회적으로 이슈가 됐던 콘텐츠 분쟁도 많은데.

    ▼김 변호사=인기 게임물 '스타크래프트' 저작권이 게임 제작사에 있느냐,프로 게이머에 있느냐는 것은 아직 소송 중이다. 해외에는 판례도 없다. 미리 짜여진 프로그램대로 가는 게 아니라 스타크래프트의 경우 선수들이 만들어내는 장면에 따라 게임 내용이 바뀌기 때문에 애매하다.

    ▼박태순 위원=바둑 기보도 기원이나 신문사에서 그냥 쓰곤 했는데,프로 기사들의 게임 진행에 따라 바뀌기 때문에 논란이 있었다.

    ▼변웅재 변호사=게임을 만든 프로그램 언어는 완전히 다르지만 결과물이 똑같은 두 게임 업체가 있었다. 소비자가 게임을 할 때 받는 느낌이나 게임 진행은 같았으나 공학적으로 볼 때는 프로그램 언어가 달라서 어떤 판결도 내리지 못했다. 결국 판사를 불러 직접 두 게임을 다 해보게 했다.

    ▼정 회장=300만명을 동원한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의 경우 제작사가 방송사의 편성을 얻지 못했다. 절반도 안되는 가격에 사려고 해 투자자 성격의 다른 사람에게 저작권을 팔았다. 이 사람이 후보정 작업을 거쳐 영화관에 걸었는데,한마디로 대박이 났다. 원 제작자와 저작권 소유자 간의 소송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사회=소송을 통한 분쟁 해결 외에 조정하는 방법은 무엇이며,조정하지 않을 때 생기는 문제는 뭔가.

    ▼성 교수=재판은 1년이 걸릴지 2년이 걸릴지 아무도 모른다. 조정을 활용하면 비용과 시간 등 모든 것을 절감할 수 있다. 쉽고 빠르다. 당사자들을 불러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전문가들이 나서서 합의점을 도출한다. 그 합의점을 설득시키면서 조정한다. 조정위원 20명 중 14명이 판사 · 검사 · 변호사 · 교수 등 법조인이다. 위원회 출범 후 1년간 조정 비용은 무료,그 후에는 500만원을 초과하는 소송가액 중 3%를 조정 비용으로 낸다. 조정안은 재판상의 화해와 같은 효력을 갖는다.

    ▼사회=콘텐츠 산업 규모는 얼마나 되나.

    ▼성 교수=콘텐츠는 우리 생활과 밀접한데도 국민들은 콘텐츠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느끼지 못하고 있다. 콘텐츠 산업은 세계적으로 1조5000억달러 규모다. 우리나라는 매년 4.8%씩 급성장하고 있다. 크고 작은 문제들이 많이 생기는데 모두 법정으로 달려갈 수 없다. 사용자와 이용자 사이에 갈등이 생겨 산업 자체가 붕괴될 위험에 처하는 것을 막기 위해 콘텐츠진흥원과 함께 선순환적인 기능을 하고자 한다.

    ▼사회=공정한 거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위원회의 역할은.

    ▼이상원 교수=국보급 토종 캐릭터 '둘리'를 탄생시킨 김수정 씨는 이민가고 싶다는 얘기까지 했다. 1983년 이래 여러 행사에 쓰이면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캐릭터로 성장했지만 정작 자신은 저작권을 인정받지 못하고 피해를 입은 경우가 더 많았다고 한다. 한 지자체에서 작가에게 말도 하지 않고 '둘리공원'을 만든 적이 있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그렇게 하면 작가도 기뻐할 줄 알았다고 하더라.공무원 등 콘텐츠 유관기관 종사자들부터 저작권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변 변호사=콘텐츠 관련 계약을 보면 계약서 말미에 '기타 사항은 업계 관행에 따른다'라는 특이하고 재미있는 조항이 꼭 있다. 이 분야에서는 법보다 관행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조정위원회를 통해 좋은 관행,새로운 관행이 많이 나오면 법률을 따로 제정하는 것보다 더 좋은 효과를 낼 것 같다. 제작사뿐 아니라 현장에서 애쓰는 스태프들까지 생계에 지장을 받지 않으면서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는 기구가 돼야 한다.

    사회=유재혁 문화부 차장 / 정리=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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