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2인자인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20일 새벽 투먼(圖們)을 통해 중국을 방문했다. 김 부위원장이 지난해 9월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 올라 사실상 후계를 확정 지은 뒤 8개월 만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그동안 정황으로 봐서 오늘 새벽 김정은이 방중한 것으로 안다"면서 "단독방문인지, 김정일과 같이 갔는지는 좀 지켜봐야 하지만 일단은 혼자 간 것으로 보이며 방문지는 베이징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확인했다. 투먼 현지의 한 소식통은 "김 부위원장이 오늘 새벽에 투먼에 도착한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어디로 이동했는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날 새벽 투먼 일대에 경비가 대폭 강화된 가운데 북한 고위인사의 방중설이 나돌았다. 투먼과 북한의 남양을 잇는 다리 주변 등 시내 전역에는 공안들이 배치돼 삼엄한 경비가 펼쳐졌다. 투먼을 넘은 김 부위원장 열차의 동선이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으나 일단 옌지(延吉)와 창춘(長春)을 거치는 이른바 창춘-지린-투먼 집중 개발 플랜인 이른바 '창ㆍ지ㆍ투(長吉圖)계획'의 핵심지역을 둘러볼 가능성이 커 보인다. 투먼에서 훈춘(琿春)을 먼저 둘러보고 창지투 지역으로 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아울러 지난 8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방중했을 당시 귀로였던 창춘-하얼빈(哈爾濱)-무단장(牧丹江)을 역순으로 찾아 조부인 김일성 주석의 혁명 유적지 순례를 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와는 달리 개혁개방 의지를 대내외에 피력하기 위해 열차편 또는 항공편을 이용해 상하이(上海)를 포함한 중국 남부의 개혁개방 신천지를 방문할 것이라는 추론도 나오고 있다. 세간의 관심은 김 부위원장이 방중 기간에 누구를 만날지에 쏠린다. 일각에서는 김 부위원장이 창춘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과 회동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김 부위원장이 북한의 차기 최고지도자로서 지위가 확고해진 상황에서, 내년 10월 제18차 중국 공산당 당대회에서 차기 국가주석으로 유력해진 시 국가부주석과의 만남이 필요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8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방중했을 당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창춘을 직접 방문해 난후(南湖)호텔에서 회동했던 사례로 볼 때 김 부위원장과 시 국가부주석이 같은 장소에서 만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김 부위원장은 시 국가부주석 이외의 다른 중국 고위층을 만날 것으로 예상되며, 이로써 북한의 차기 지도자로서의 위상을 국제사회에 보이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국은 그동안 여러 차례 김 부위원장의 방중을 요청해왔고, 올해 들어서는 북한의 후계 승계를 공식 인정하는 행보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김 부위원장의 방중은 이미 예견돼 왔다. 중국은 실제 저우융캉(周永康) 상무위원이 지난해 10월,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같은 해 12월 초, 멍젠주(孟建柱) 국무위원 겸 공안부장이 지난 2월 13∼15일 방북을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중국 지도부의 김정은 방중 요청 의지를 전달한 바 있다. 특히 멍 부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에서 "김정은 동지께서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추대돼 조선혁명의 계승문제가 빛나게 해결된 데 대해 열렬히 축하한다"면서 북한의 권력 승계를 공식화하는 발언을 했다. 한정연기자 jyhan@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