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재래시장의 두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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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향후 임시국회가 열리면 본회의를 통과,본격 시행될 전망이다. 개정안의 핵심은 '전통상업보존지역' 경계로부터 500m 이내에선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을 출점하지 못하도록 한 기존의 규제를 '1㎞ 이내'로 강화한 것이다. 유통업계는 "전통상업보존지역이 차지하는 면적이 전국 평균으로 53%라지만 서울과 수도권은 100%에 가깝다"며 "새로 점포를 내지 말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라고 허탈해했다.
이처럼 정부가 애지중지 보호하려는 '전통상업보존지역'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한경자영업지원단은 연간 2회 벌이는 '전국 순회 자영업컨설팅' 행사의 하나로 경기도 포천시 영북면 운천리의 운천전통시장을 얼마 전 찾았다. 이 시장은 '전통시장 시설 현대화사업'에 따라 지난 1월 지붕(아케이드)을 덮고 가게 전면 간판도 보기 좋게 통일했다. 이런 시설 개선에 든 돈의 90%는 중소기업청(국비)과 포천시(지방비)에서 나왔다. 중기청은 올해 이 사업 하나에만 1655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전통시장에 쏟는 중기청의 노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 시장은 입구 쪽 30여개 점포만 정상 운영될 뿐 뒤쪽 30여개는 텅 비어 있었다. 한경자영업지원단 소속 컨설턴트들이 매출이 부진한 가게들을 일일이 방문,문제점을 물어보자 상인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대부분 상인들은 "대형마트가 들어선 이후 장사가 안된다"는 말만 판에 박힌 듯 되풀이했다. 시장 주변에 마트라고는 330㎡(100평) 남짓한 중형 슈퍼가 고작이었다. 오후 늦게 나타난 상인회장은 "각종 지역행사가 많아 항상 바쁘다"고 했다.
지원단이 포천에 이어 방문한 충북 제천중앙시장은 운천시장과 사뭇 대조적이었다. 임병오 제천중앙시장 번영회장은 500여 가게를 돌며 컨설팅을 받도록 독려했다.
상인들도 오전 10시 행사가 시작되기 무섭게 상담장에 달려왔다. 컨설턴트를 자기 점포로 초청,소점포 경영에 관해 한 수 배워보려는 의도에서였다. 인구 14만여명의 소도시 제천에서 중앙시장은 아직도 대형마트에 맞서 꿋꿋이 자기 몫을 해내고 있다. 운천시장과 제천중앙시장의 사례는 중소상인 정책의 초점을 어디에 둬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자조 정신이 사라지고 타율로 끌고가는 중소상인 보호정책은 공허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유통업계가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례는 또 있다. 지난달 마지막 주 지식경제부는 '유통주간'을 맞아 장관 표창인 '유통산업진흥공로상'을 13명에게 수여했다. 그중에는 소진세 롯데슈퍼 대표도 끼여 있었다. 소 대표의 수상 공적은 두 가지다. '혁신을 통해 유통산업발전을 선도'하고 '동반성장 활동을 강화해 사회에 기여'했다는 것이다. 그는 작년에 롯데슈퍼를 SSM의 선두주자로 끌어올렸다. 올해도 100여개 점포를 신설할 계획이다. 점주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완전 가맹형' SSM과 '마켓999'란 이름의 소형 슈퍼를 앞세워 법망을 피해나간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공격적 확장 전략이 '동반성장 활동을 강화해 사회에 기여'한 것과 무슨 관련이 있다는 건지 헷갈린다. 한쪽으로는 법을 개정해 SSM에 족쇄를 채워놓고,또 한편으론 SSM을 열심히 확장한 사람에게 장관 표창을 주는 정부의 행동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강창동 유통전문 기자 / 경제학 박사 cdkang@hankyung.com
이처럼 정부가 애지중지 보호하려는 '전통상업보존지역'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한경자영업지원단은 연간 2회 벌이는 '전국 순회 자영업컨설팅' 행사의 하나로 경기도 포천시 영북면 운천리의 운천전통시장을 얼마 전 찾았다. 이 시장은 '전통시장 시설 현대화사업'에 따라 지난 1월 지붕(아케이드)을 덮고 가게 전면 간판도 보기 좋게 통일했다. 이런 시설 개선에 든 돈의 90%는 중소기업청(국비)과 포천시(지방비)에서 나왔다. 중기청은 올해 이 사업 하나에만 1655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전통시장에 쏟는 중기청의 노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 시장은 입구 쪽 30여개 점포만 정상 운영될 뿐 뒤쪽 30여개는 텅 비어 있었다. 한경자영업지원단 소속 컨설턴트들이 매출이 부진한 가게들을 일일이 방문,문제점을 물어보자 상인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대부분 상인들은 "대형마트가 들어선 이후 장사가 안된다"는 말만 판에 박힌 듯 되풀이했다. 시장 주변에 마트라고는 330㎡(100평) 남짓한 중형 슈퍼가 고작이었다. 오후 늦게 나타난 상인회장은 "각종 지역행사가 많아 항상 바쁘다"고 했다.
지원단이 포천에 이어 방문한 충북 제천중앙시장은 운천시장과 사뭇 대조적이었다. 임병오 제천중앙시장 번영회장은 500여 가게를 돌며 컨설팅을 받도록 독려했다.
상인들도 오전 10시 행사가 시작되기 무섭게 상담장에 달려왔다. 컨설턴트를 자기 점포로 초청,소점포 경영에 관해 한 수 배워보려는 의도에서였다. 인구 14만여명의 소도시 제천에서 중앙시장은 아직도 대형마트에 맞서 꿋꿋이 자기 몫을 해내고 있다. 운천시장과 제천중앙시장의 사례는 중소상인 정책의 초점을 어디에 둬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자조 정신이 사라지고 타율로 끌고가는 중소상인 보호정책은 공허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유통업계가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례는 또 있다. 지난달 마지막 주 지식경제부는 '유통주간'을 맞아 장관 표창인 '유통산업진흥공로상'을 13명에게 수여했다. 그중에는 소진세 롯데슈퍼 대표도 끼여 있었다. 소 대표의 수상 공적은 두 가지다. '혁신을 통해 유통산업발전을 선도'하고 '동반성장 활동을 강화해 사회에 기여'했다는 것이다. 그는 작년에 롯데슈퍼를 SSM의 선두주자로 끌어올렸다. 올해도 100여개 점포를 신설할 계획이다. 점주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완전 가맹형' SSM과 '마켓999'란 이름의 소형 슈퍼를 앞세워 법망을 피해나간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공격적 확장 전략이 '동반성장 활동을 강화해 사회에 기여'한 것과 무슨 관련이 있다는 건지 헷갈린다. 한쪽으로는 법을 개정해 SSM에 족쇄를 채워놓고,또 한편으론 SSM을 열심히 확장한 사람에게 장관 표창을 주는 정부의 행동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강창동 유통전문 기자 / 경제학 박사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