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2세 여왕, 갈등의 현장 방문

아일랜드를 국빈 방문중인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양국간 오랜 반목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18일 오전(현지시간) 메리 매컬리스 아일랜드 대통령과 함께 아일랜드 전쟁기념공원을 방문해 1차 세계대전 때 목숨을 바친 5만명의 영령들에게 헌화하고 묵념했다.

영국 여왕은 오후에는 양국간 갈등의 상징적 장소이자 아일랜드 독립 운동이 확산하는 결정적 계기가 된 장소이기도 했던 크로크 파크 경기장을 찾았다.

이 곳은 아일랜드 독립전쟁 당시인 1920년 11월 영국군이 축구 경기 도중 발포해 관중 13명과 선수 1명이 숨진 곳이다.

이 사건은 아일랜드공화국군(IRA) 암살단이 더블린에서 영국 정보국 요원으로 의심되는 14명을 총으로 사살한 직후 발생했다.

영국 여왕은 방문 첫날인 전날에도 도착하자마자 과거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목숨을 바쳤던 아일랜드인들의 혼이 서려 있는 아일랜드 추모공원(Garden of Rememberance)을 찾아 헌화하고 묵념했다.

참배가 진행되는 동안 IRA와 연루된 단체의 회원 수십여명은 영국 국기인 유니언잭을 불태우고 폭죽과 깡통 등을 던지며 과격시위를 벌였다.

영국 왕으로서 100년만에 아일랜드를 국빈 방문중인 영국 여왕이 양국간 갈등의 상흔이 남아있는 대표적인 장소를 잇따라 방문하는 것은 과거사를 뒤로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아일랜드는 영국의 지배를 받아오다가 1921년 독립했으나 아일랜드의 북쪽지역으로 영국령에 속해있는 북아일랜드 독립 문제를 놓고 영국과 마찰을 빚어왔다.

북아일랜드에서는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주장하는 구교세력과 영국 잔류를 요구하는 신교세력의 투쟁이 극심했고 지난 1998년 평화협정이 체결되기 전까지 무장 유혈투쟁이 극심했다.

영국 여왕은 이날 밤 더블린성에서 열린 만찬에서 공개 연설을 통해 "영국과 아일랜드 양국 사이의 역사에서 심적인 고통과 격동, 손실을 준데 대해 인정한다"면서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영국 여왕은 게일어로 `대통령과 친구들'이라고 친근감을 나타낸뒤 "북아일랜드의 평화 정착 노력으로 인해 아일랜드를 방문하는 것이 가능했다"고 그동안의 노고를 치하했다.

(런던연합뉴스) 이성한 특파원 ofcour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