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정보기술(IT) 전문 개발자도 칸트를 읽어야만 하는 시대가 됐다. "

독일 일간 디차이트에 따르면 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업체 구글의 데이먼 호로비츠 부사장(사진)은 17일 미국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IT 산업에서 기술적 지식보다는 인문학적 · 윤리적 판단이 더욱 중요한 시대가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호로비츠 부사장은 "구글의 지도검색 서비스인 '스트리트뷰' 같은 것을 개발할 때도 '칸트는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을까'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스탠퍼드대 철학박사 출신인 호로비츠 부사장은 지난해 구글에 인수된 인터넷 기업 아드바크를 비롯해 퍼스펙타,뉴스디비 등 여러 인터넷 기업을 세운 인물이다. 인공지능 분야를 개척한 석학 마빈 민스키 교수에게서 배웠으며 구글 합류 이후 구글의 기업 철학을 확립한 핵심 인사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IT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이제 기술전문가로서 직업 경력을 마치고 인문학을 전공하는 게 유리해질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세계가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하기 위해 IBM을 비롯한 IT 업체들이 철학자를 채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는 게 호로비츠의 설명이다.

업계에선 호로비츠 부사장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스트리트뷰'나 '절판 도서 디지털화' 같은 구글의 주요 사업이 윤리 논란에 휘말린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IT가 발전하면서 다른 IT업체들도 윤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건 마찬가지다. 애플의 경우 아이폰에 내장된 위치 저장 기능이 인권침해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