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막의 비올레타가 부르는 아리아에서 E플랫까지 리릭 레체로의 소리를 끝까지 내느냐,못 내느냐가 라 트라비아타의 성패를 좌우해요. 저야 물론 자신있지요. "

30대의 비올레타 이리나 드브롭스카야가 자신 있는 눈빛으로 한마디를 던지자,60대 거장 비올레타 마리엘라 데비아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며 "난 그동안 해왔던 대로 '사랑' 하나로 아름답게 죽어가는 여인을 그릴 것"이라고 능숙하게 답했다.

프리미엄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주역들이 17일 한국을 찾았다. 지난해 '나비부인'으로 이름을 알린 수지오페라단(단장 박수지)이 올해는 오페라 역사상 가장 사랑받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오는 27일부터 사흘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린다. 세계 정상급 가수들과 이탈리아 거장의 연출력을 동시에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오페라 마니아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쥐세페 베르디가 1853년 3월 베네치아 페니체 극장에서 첫 선을 보인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는 여주인공이 극 전체를 끌고 가는 대표적인 '프리마돈나 오페라'다. 여주인공 비올레타가 1막부터 3막까지 무대를 장악한다. 1막에서는 파리 사교계 여왕의 화려함을,2막에서는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희생하는 슬프고 가녀린 비극적 여인을,3막에서는 죽음을 통해 사랑을 완성한다. 여주인공이 누구냐에 따라 전혀 다른 감동의 극이 될 수도 있다. 베르디가 초연했을 때 몸무게가 90㎏에 달하는 당시 사교계의 거물급 소프라노를 주인공으로 썼다가 평단과 관객의 혹평을 받았다는 후문.'라 트라비아타'가 사랑을 받게 된 건 비올레타를 가녀린 여주인공으로 바꾼 두 번째 공연 이후부터다.

이번 공연의 중심에는 이탈리아가 자랑하는 벨칸토 창법 거장 소프라노 마리엘라 데비아(63)와 강한 카리스마와 연기력의 이리나 드브롭스카야(31)가 있다.

마리엘라 데비아는 '라 스칼라의 최고의 프리마돈나'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이탈리아 로마의 산타 체칠리아 국립음악원을 졸업한 후 1973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에서 데뷔 무대를 갖고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런던 코벤트가든 로열 오페라하우스 등에서 쉬지 않고 무대에 서왔다.

연출을 맡은 알베르토 팔로시아 이탈리아 리보르노 극장 총예술감독은 "데비아는 콜로라투라 소프라노 영역에서 시작해 하이 콜로라투라 영역까지 늘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음악가다. 모차르트 레퍼토리는 물론 다수의 작품에서 완벽한 모습이었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거장의 노련한 모습 반대 편엔 통통 튀는 매력을 발산하는 비올레타,러시아 출신의 신예 이리나 드브롭스카야가 있다. 아름다운 외모와 실력,강한 카리스마로 유럽 전역을 사로잡은 비올레타 발레리 전문가수다.

드브롭스카야는 2005년 모스크바 갈리나 비슈네브스카야 오페라 극장에서 아티스트 프로그램을 수학한 후 2006년 러시아 모스크바 스타니 슬라브스크 극장과 네미로비슈 단쉥코 극장의 주역 단원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2008년 이탈리아 라벤나 오페라 페스티벌에서 연주자 크리스티나 마차빌라니 무티(지휘 패트릭 푸르니에)의 새로운 작품인 라 트라비아타의 비올레타 역으로 이탈리아 데뷔 무대를 성공적으로 치른 이후 일본은 물론 남미에서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마리엘라 데비아의 무대는 27일과 29일에,이리나 드브롭스카야의 무대는 28일에 만날 수 있다. 관람료는 3만~40만원.(02)542-0350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