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이 경영자 승진 평가에 외부 심리학자들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 보도했다.

미국 컨설팅 회사인 디벨롭먼트디멘션인터내셔널(DDI) 부사장 매트 피즈는 "미국 경영진에 대한 평가업무가 지난해보다 30%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인적자원 관리회사들은 새로운 경영자 선발이나 승진을 위한 평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에버딘그룹에 따르면 올해 516명의 고용주 가운데 72%가 경영진 승진을 결정할 때 이 같은 외부 평가를 활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비율은 지난해 조사 때보다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WSJ는 세계적 의료기기 회사인 벡톤디킨스의 최고재무책임자(CFO) 데이비드 엘킨스를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그는 채용에 앞서 회사 임원 등과 여덟 번의 인터뷰를 거쳐야 했다. 이 가운데는 교육심리학자가 수행한 2시간의 테스트도 포함돼 있었다. 또 특정한 상황에서 CFO 역할에 맞는 사고를 하는지에 대한 시뮬레이션 테스트와 전략적 사고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는지에 대한 온라인 검사도 받았다. 벡톤디킨스는 임원을 뽑기 위해 2008년 6명을,지난해에는 사내외 후보 95명을 평가했다.

WSJ는 평가에서 떨어진 사례도 제시했다. 인재평가 전문가이자 동기심리학자인 스티브 캘너 박사는 몇 년 전 미국 바이오 회사로부터 여성 세일즈담당 부사장에 대한 평가를 의뢰받았다. 부하직원 3명은 캘너 박사에게 "그는 훌륭한 지도자다. 그의 말을 믿어야 한다"고 말했지만 그해에 그는 조기 퇴직해야 했다. 자신의 능력을 과장하는 것을 알아챈 캘너 박사가 추가 조사를 통해 부하직원들이 진심과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파악한 것이다. 캘너 박사는 평가를 의뢰한 고객사에 이 같은 평가 결과를 통보했다.

DDI의 피즈 부사장도 올해 초 세계적인 경영컨설팅업체의 지역 총괄 임원이 되고 싶어하는 한 후보자를 떨어뜨렸다. 평가 후 이 후보자는 피드백을 요구하지 않았다. 고객들의 어려운 요구에 대처하는 경험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후보자들이 자신의 과제를 수행하되 결과에 관계없이 피드백을 요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WSJ는 평가작업은 인지,행동 시뮬레이션,동기 검사 등으로 구성되며 최고 경영진 후보에 대한 평가는 약 3만달러의 비용이 들어간다고 소개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