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Better life] 1억 미만 맡길 땐 '단일 수수료율'이 유리…랩 수수료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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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관리·세무 컨설팅 등 서비스도 따져봐야
재테크의 성공을 좌우하는 것 중 하나가 투자 비용,즉 수수료다. 인기를 끌고 있는 자문형 랩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장기 투자를 마음먹고 큰 자금을 맡긴다면 수수료 체계에 따라 성과가 달라진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올초 증권사들의 '랩 수수료 인하 경쟁'은 투자자들에게 큰 관심거리였다. 증권사들은 예치 금액이나 상품별로 다양한 수수료 체계를 내세워 고객을 끌고 있다. 선취형이냐 후취형이냐,단일 수수료율이냐 '체차(구간별 수수료)'방식이냐에 따라 자신에게 유리한 증권사나 상품을 고르는 게 중요하다. 증권사마다 수신이나 자산관리 등 서비스 면에서 차이가 날 수 있으므로 싼 수수료만 찾는 것도 정답은 아니다.
◆수수료 인하 경쟁에 투자자는 '방긋'
운용보수,판매보수,수탁보수 등이 포함되는 펀드와 달리 자문형 랩은 운용 수수료만 부과된다. 수수료는 증권사와 투자자문사가 8 대 2 또는 7 대 3의 비율로 나눠 갖는다. 투자자문사의 자문이 함께 이뤄지기 때문에 수수료율은 일반 펀드보다 높은 게 보통이다. 그런데 고객 유치 경쟁이 격화하면서 이 공식도 조금씩 깨지기 시작했다. 올초부터 일부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수수료 인하 경쟁'이 불붙었기 때문이다.
발단은 지난 2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연 3% 수준의 자문형 랩 수수료가 지나치게 높다"고 밝히면서부터다. 펀드 시장을 선도해온 미래에셋그룹이 자문형 랩 시장의 수수료를 문제 삼자 자문형 랩 시장을 이끌어온 삼성증권과 신경전이 붙었다. 미래에셋증권은 자문형 랩 수수료를 기존 연 3.0%에서 1.90%(해외형 상품 제외)로 인하했다. 같은 날 현대증권도 연 1.5~3.0%에서 1.0~1.5%로 내렸다. 이어 SK증권은 연 2.0%에서 0.99%로,신한금융투자는 연 2.4%에서 1.0~1.9%로 인하하며 경쟁에 가세했다.
자문형 랩 시장의 수수료 인하전은 현재 다소 소강 상태다. 삼성증권과 대우증권,우리투자증권 등 다른 메이저들은 '수수료 경쟁보다 고객 서비스에 집중하겠다'며 인하 경쟁에 뛰어들지 않았다. 수수료 수준과 체계가 다양해지면서 투자자들의 선택은 넓어졌다.
◆맡기는 금액 따라 수수료 체계 선택해야
자문형 랩 수수료 체계는 크게 단일 수수료율 또는 '체차식' 수수료율로 나뉜다. 단일 수수료율의 경우 맡긴 금액이 크든 작든 하나의 수수료율이 매겨진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평잔 금액에서 연 1.9%의 단일 수수료율을 적용한다. 체차식 수수료 체계는 금액 구간별로 수수료율이 다르다. 예를 들어 삼성증권의 경우 자산의 1억원까지는 연 3.2%의 수수료율이 매겨지고,그 초과분에 대해 5억원까지는 연 2.6%,10억원까지는 연 2.2%가 적용되는 식이다. 100억원을 초과하는 구간에서는 연 1.2%까지 내려간 수수료율이 부과되기 때문에 많은 금액을 맡길수록 비용이 저렴해진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금액별 차등 적용을 통해 고객들이 평균적으로 내는 수수료는 연 2.3% 정도"라며 "1년 단위형 랩은 연 2.1%를 단일 요율로 부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투자증권 역시 연 1.2~3.0%의 체차식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다. 주로 후취형 상품으로 분기 또는 간혹 한 달에 한 번 나눠 부과된다.
따라서 맡기는 금액에 따라 수수료율을 미리 계산해보는 게 필요하다. 큰 금액을 맡기는 투자자라면 체차식 상품이 상대적으로 이득이다. 반면 소액을 가입하려는 투자자에게는 단일 수수료율이 부담이 덜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금액에 따라 저렴해지는 구간이 달라지기 때문에 단순히 어느 증권사가 더 싸다고 이야기하긴 어렵다"며 "다만 같은 금액이라도 한 상품에 가입한다면 체차식,여러 상품에 분산투자한다면 단일 수수료가 적절한 선택"이라고 조언했다.
◆증권사 내부 할인규정도 확인
상품에 따라 성과보수를 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목표수익률(대체로 연 10%)을 넘어설 경우 그 초과분에 대해 15%의 수수료를 떼는 식이다. 현대증권은 기본보수형(연 1.0~1.5%)이 아닌 성과보수형 상품의 경우 선취수수료(가입원금 1.0%)에 성과보수를 합해 적용한다. 해외 자문형랩 역시 다른 수수료 체계가 적용된다. 증권사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연 3.0% 선으로,해외 주식매매 수수료가 별도로 매겨지는 경우가 많다.
저렴한 수수료가 투자 성공으로 직결되는 것만은 아니다. 증권사별로 고객에게 필수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에서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자문형 랩의 경우 단순한 펀드와 달리 고객에 대한 자문이 같이 이뤄지기 때문에 서비스를 함께 봐야 한다"며 "성과 부진이나 자문사 변동 등 긴급한 상황이 발생할 때 신규판매를 중지하거나 제휴 계약을 해지하는 등 리스크 관리를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장이 갑자기 안 좋아 당일 포트폴리오를 바꾸고 싶을 때 수신시스템이 따라주느냐 여부도 점검 포인트"라며 "같은 금액을 맡겼을 때 자산관리나 세무 컨설팅 등 서비스를 해주느냐도 중요한데 결국 수수료에 포함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또 하나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증권사들의 내부 규정이다. 고객의 기여도나 우수고객 기준에 따라 할인을 적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외적으로 공표하는 수수료만 믿지 말고 증권사를 방문해 직접 상담을 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