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금융공사, 中企 시설자금 '숨통' 틔운다
경기도 안성에서 반도체 테스트 업체 테스나를 운영 중인 이종도 사장은 지난해 4월 깊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삼성전자와 납품계약을 맺었지만 이에 필요한 공장을 확충하는 것이 문제였다. 당시의 자금 흐름과 통상적인 은행 대출로 공장을 넓히려면 1년이 걸려 납품기한을 맞출 수 없었다. 하지만 70억~80억원 정도를 조달할 수 있다면 공장 신축 기간을 6개월로 단축하고 납품기일을 맞출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마침 이 사장은 정책금융공사의 '온렌딩(on-lending) 대출' 상품을 알게 됐다. 주거래은행을 통해 80억원을 지원받았다. 덕분에 제때 공장 신축을 완료할 수 있었고,지난해 전년 대비 53%의 매출 신장을 달성했다.

정책금융공사가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2009년 10월부터 도입한 온렌딩 대출이 1년여 만에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5일 공사에 따르면 온렌딩 대출 자금은 지난해 2754개 업체에 3조2000억원이 지원됐다. 당초 목표(2조1000억원)에 비해 1조1000억원 더 집행됐다. 온렌딩 대출을 취급하는 은행도 작년 초 8곳에서 현재 지방 은행을 포함,14곳으로 늘었다.

정책금융공사, 中企 시설자금 '숨통' 틔운다
온렌딩 대출이 이처럼 인기를 끄는 것은 장기 저리대출이 가능한 데다 대출 심사 등이 다른 금융지원 제도에 비해 간소하기 때문이다. 실제 공사는 대출기간에 대해 시설자금은 10년,운전자금의 경우 3년을 한도로 하고 있다. 전체 대출금 중 3년 이상 장기대출 비중이 90%를 넘었으며 운전자금도 82%가 3년 이상으로 대출받았다. 적용금리 역시 작년 기준 평균 연 5.06%로 일반 시중은행 대출보다 0.62%포인트 낮았다.

풍력발전기를 생산하는 한진산업의 윤영술 사장은 이와 관련,"시중은행의 일반 대출상품에 비해 장기자금인 데다 금리도 저렴해 중소기업 입장에서 상당히 매력이 높다"며 "이 같은 장점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지난해 공장 운영을 위한 운전자금을 대출받을 때 신한은행 등을 통해 65억원의 온렌딩 자금을 사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진산업은 녹색 · 신성장동력 산업 분야에 대한 특별 온렌딩 제도의 혜택을 받았다. 이용 한도가 확대되고 공사의 신용위험 분담비율도 일반보다 10%포인트 높은 60%가 적용된다. 신용위험 분담비율이란 대출을 받은 업체가 원리금을 갚지 못했을 때 공사와 중개 은행이 책임지는 비율을 말한다. 일반 온렌딩 대출은 공사와 중개 은행의 책임비율이 반반이다. 하지만 녹색 및 신성장동력 산업 분야는 공사가 더 책임을 진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이 분야 중소기업에 더 많은 자금을 공급하려 준비 중이다.

공사는 더불어 온렌딩 대출 대상 중소기업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설립 단계를 지나 성장 단계에 진입하는 중소기업까지도 대상으로 삼을 예정이다. 이를 위해 올 한 해 온렌딩 자금 규모를 3조3000억원으로 늘려 잡았다. 공사 관계자는 "온렌딩 대출의 장점이 중소기업인들 사이에서 퍼지면서 올해 자금공급 실적이 4조원까지 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사는 신성장동력 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일자리 창출 효과도 실증적으로 확인해 나가기로 했다. 또 중개 은행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고 온렌딩 대출 제도가 정책 목적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중개 은행 평가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아울러 우수 등급을 받은 중개 은행에 대해서는 사용 한도를 확대하는 등 인센티브를 부여할 계획이다.


◆ 온렌딩 대출

on-lending 대출.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자금 대출의 하나다. 정책금융공사가 저리의 자금을 시중은행 등에 공급하면 은행이 자체 평가를 거쳐 대상 업체와 대출 금액 등을 결정한다. 독일부흥은행(KfW)이 처음으로 도입했다.

류시훈/이호기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