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봄철 기후가 심상찮다. 지난해에 이어 이상저온 현상이 계속된 가운데 폭우도 잦았다. 한반도 고유의 사계절이 없어져가고,추운 겨울과 덥고 비가 많이 오는 여름만 있을 것이란 우려까지 나온다.

◆한반도의 '봄'이 사라진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강수량은 110.5㎜로 평년(80.7㎜)보다 37% 많았다. 강수 일수는 10.3일로 평년(7.9일)보다 2.4일이 늘었다. 지난달 30일엔 2002년 이후 9년 만에 서울 지역에 호우특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이날엔 낙뢰가 4만9000번 발생,2002년 낙뢰 관측 이래 봄철에 발생한 하루 최대치였다.

봄철 이상저온 현상도 계속됐다. 4월 평균기온은 11.3도로 평년 대비 1도 낮았다. 전국적인 기온 통계가 집계된 1973년 이래 가장 온도가 낮았던 지난해(9.9도)보다는 높았지만 올해도 이상저온 현상이 발생했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정준석 기상청 기후예측과장은 "봄철에는 대개 한반도 북쪽에 자리잡은 시베리아 고기압이 약해지면서 위로 물러나게 된다"며 "그러나 올해는 고기압 세력이 강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쪽의 찬공기와 남쪽에서 올라오는 따뜻한 공기가 충돌해 대기가 불안정해지면서 낙뢰를 동반한 폭우가 내렸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한반도의 봄철 기후가 점차 사라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로 기상청은 이달 하순에는 기온이 높아져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넘는 곳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13일 예보했다. 5월에 30도를 넘게 되면 2001년 이후 10년 만이다.

◆숙련된 기상 예보관 부족

올봄엔 전례없는 짙은 황사도 관측됐다. 올 들어 발령된 황사주의보 일수는 8일로,최근 10년래 가장 잦다. 게다가 이달 중 한두 차례의 황사가 더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기상청은 지난 3월 올해 황사주의보 발령 일수는 평년 수준인 5.1일이 될 것이라고 예보한 바 있다. 중국 동북 지방에 100년 만의 대가뭄으로 독한 황사가 불러올 가능성이 언론 등을 통해 꾸준히 제기됐지만 기상청은 '가능성이 낮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기상청은 현재 과학기술 수준으로는 예보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반도 대기를 주의깊게 들여다봤으면 올해 이상기후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민간기상업체 관계자는 "기상청은 슈퍼컴 등 좋은 장비를 갖추고 있다"며 "문제는 도구가 아니라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모델링을 통해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선 10년 정도 이 분야에 근무한 예보관이 필요한데 기상청엔 숙련된 예보관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