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미국에서 암환자의 비행기 탑승을 거부해 논란이 일고 있다.

11일 MSNBC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유방암 4기 진단을 받은 한인 동포 크리스털 김 씨(62)는 지난 8일 시애틀에서 대한항공을 이용해 한국으로 갈 예정이었으나 탑승을 거부당했다. 김씨 가족은 다음날 '장거리 항공여행을 해도 괜찮다'는 의사 진단서를 제시했지만,대한항공 측은 '한국 본사의 허가를 받아야만 탑승할 수 있다'며 허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측은 "대부분 항공사가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지침을 근거로 환자 승객 탑승 여부를 결정한다"며 "김씨는 말기암 환자인데다 최근에도 복통으로 응급실을 찾았던 점을 발견해 본사의 최종 승인을 받아야 했다"고 설명했다.

IATA 규정에 따르면 △움직일 수 없는 사지마비 승객 △의료장비를 필요로 하는 승객 △의료용 산소를 필요로 하는 승객 △중증질환,최근에 수술을 받은 승객 △정신질환,각종 중독승객 △기내에서 의료처치가 필요한 승객 △임신 36주 이상의 임신부 등은 본사 승인을 거쳐야 한다.

대한항공은 또 "환자 승객의 탑승 여부는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에 전문적 의학지식이 없는 공항직원이 결정할 수 없다"며 "김씨에 대한 의사 소견서를 한국으로 보내 정해진 검토 절차를 밟고 있는 과정에서 언론 보도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씨의 딸은 시애틀 지역방송 KING5-TV에서 "어버이날을 맞아 어머니를 한국에 모시고 가고 싶었을 뿐"이라며 "어머니는 여행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건강했다"고 주장했다. 델타항공은 11일 김씨 모녀에게 한국행 항공편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