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수 골치썩던 美 지하철, 방수재 효과 보여주자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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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지않는 친환경 방수재 수출…이종용 리뉴시스템 대표
제품 증명 위해 무료시공 전략
美ㆍ대만 등 해외서 잇단 '러브콜'
제품 증명 위해 무료시공 전략
美ㆍ대만 등 해외서 잇단 '러브콜'
"샌프란시스코 지하철,보스턴 빅딕 지하차도,호주 브리스번 해저터널,대만 타이베이 지하철,싱가포르 마리나베이….이들의 공통점이 뭔지 아세요? 우리의 방수재 '터보씰'이 들어간 곳입니다. "
친환경 방수재 전문업체 리뉴시스템의 이종용 대표는 "최근 샌프란시스코 BART(지하철) 42㎞ 신설구간의 방수 시공 공사를 4500만달러에 수주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기술력 하나로 연매출 2조원이 넘는 글로벌 방수 업체들을 제치고 세계 각지에서 사업권을 잇따라 따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시장에서 '수주 대박'을 터뜨리고 있는 '터보씰'은 기존 접착 · 경화형 방수재와 달리 점착 · 비경화형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기존 방수재들은 접착식이라 젖은 곳에는 바를 수 없는 데다 굳고 나면 콘크리트가 조금만 움직여도 쉽게 손상이 일어난다는 게 리뉴시스템의 설명이다.
반면 '터보씰'은 꿀처럼 점성이 있는 물질로,폐타이어 폐고무 등 버려진 자재를 원료로 만든 친환경 방수재다. 습기가 있는 곳에도 바를 수 있고 굳지 않는 겔 상태로 유지돼 한 번만 발라도 반영구적인 방수 효과를 낸다는 것.이 제품은 세종문화회관 한국방송공사 국립민속박물관 등 건축물과 세종시 파주신도시 김포한강신도시 송도신도시 등 주요 신도시의 지하차도와 도로 등에 도포돼 있다. 국내외 러브콜이 잇따르면서 회사 설립 첫해인 1999년 2억5000만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300억원까지 급증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사업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기존 제품과 제조방식이 확연히 다른 게 초기엔 오히려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됐다. 수요업체들이 기존 거래선을 제쳐놓고 새 공법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제품력을 증명하기 위해 무료 시공이라는 과감한 전략을 선택했다. 2004년 누수가 심해 사망 사고가 자주 일어나던 보스턴 지하도로 관계자에게 공짜로 보수를 해주겠다고 제안하자 "딱 3시간을 줄테니 그 안에 성능을 보여달라"는 답이 돌아왔다. 약속한 시간 뒤 터보씰을 바른 부분에 물이 전혀 새지 않는 것을 본 이 관계자는 161마일 구간의 보수를 맡겼다.
2년 뒤에는 같은 방식으로 보스턴 지하철의 방수 시공도 해줬다. 그는 "당시 매출이 30억~40억원 수준이었는데 무료 시공을 해주며 매출의 10% 정도를 과감히 투자했다"며 "그것이 오히려 시장의 신뢰를 얻는 계기가 돼 호주 브리스번의 해저터널과 싱가포르 지하철 등의 방수공사를 잇따라 수주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해마다 6개월 이상을 해외에서 보내며 현지 시장조사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도쿄 NTT의 케이블터널의 시공권을 따내는 등 카르텔이 심한 일본 시장을 뚫은 것도 이런 노력이 쌓인 결과라는 설명이다.
이 회사는 현재 여수에 R&D 공장을 두고 롤형 방수 시트인 GTR을 개발하는 등 신소재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이 대표는 "해외에서 입소문이 나고 있어 수출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며 "5년 내 매출 1000억원대 기업으로 키우겠다" 는 포부를 밝혔다.
정소람 기자 soram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