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의 키위 브랜드 제스프리는 세계 시장에서 '키위의 대명사'로 통한다. 제스프리는 뉴질랜드 키위 수출량의 95%를 차지한다. 세계 키위 시장 점유율은 30%로 1위다. 2위인 칠레 업체와 판매량에서 13배 차이가 난다. 지난해 1억 트레이(3.5㎏ 포장상자)의 키위를 팔아 12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2700여개 뉴질랜드 키위농가의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하는 제스프리는 엄격한 품질 관리와 독창적인 마케팅을 통해 같은 농산물을 재배해도 더 비싼 값을 받는 이른바 '명품 과일'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뉴질랜드 북섬 타우랑가에 있는 제스프리 본사에서 레인 제거 최고경영자(CEO)로부터 비결을 들어봤다.

▼경쟁자들보다 우위에 있는 비결은 무엇입니까.

"다른 제품과 마찬가지로 키위도 원칙에 충실해야 합니다. 특정 상품에 요구되는 가장 기본적이면서 중요한 특징을 가장 신경써서 유지하는 것이 제스프리 경쟁력의 비결입니다. 소비자들은 수많은 키위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중 소비자가 고르는 상품은 당연히 더 맛있고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일 것입니다. 하지만 맛과 저렴한 가격을 놓고 생각해 본다면 과일 선택에는 가격보다는 맛이 더 큰 영향을 줍니다. 뉴질랜드 키위는 경쟁 제품인 칠레산에 비해 개당 생산비용이 40% 높을 정도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그럼에도 제스프리 키위가 1위를 하는 것은 맛의 차이가 확실하기 때문입니다. 제스프리라는 브랜드를 달고 팔리는 모든 제품에 균등한 맛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

▼품질은 어떻게 관리합니까.

"품질관리는 재배농가에서 키위를 거둬들일 때부터 시작합니다. 크기나 당도,수분 함량,외관까지 철저한 분류 기준이 마련돼 있습니다. 제스프리 브랜드 스티커를 붙일 수 있는 키위는 모든 기준을 충족하는 1등급 키위뿐입니다. 다른 농업조합이나 회사들은 농가의 생산품 모두를 사들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1등급 키위는 전량 수출하기 때문에 뉴질랜드 소비자들이 대형마트나 소매점에서 살 수 있는 키위는 모두 2등급 이하입니다.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 물론 이는 재배농가들의 사전 합의를 통해 가능합니다. 생산한 모든 제품을 팔 것인지,양질의 제품만 팔아서 이익률을 높일 것인지는 재배농가들이 선택해야 합니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볼 때 보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고품질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수익에 도움이 됩니다. 비결이라고 부를 수 없는 너무나 당연한 품질관리법이지만,한국에서는 이런 시스템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농민과 조합 간 신뢰가 낮은 것도 문제입니다. "

▼신뢰를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투명 경영이 열쇠라고 생각합니다. 제스프리 농가들은 판매 가격은 물론 운송비와 마케팅비 등 모든 비용 구조를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제스프리가 얼마의 이익을 내는지도 압니다. 농민들이 만족할 수 있는 지배구조도 농민의 신뢰를 얻는 열쇠입니다. 농민들이 회사를 신뢰하려면,그들이 회사를 소유하고 통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제스프리 이사회의 이사는 농민들이 선임합니다. 이사 8명 가운데 5명은 농민입니다. "

▼1등급 비율은 농가마다 다르지 않습니까.


"동기를 부여하면 품질과 수익이 좋아집니다. 제스프리는 고품질 키위를 생산하는 농가에 더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법으로 품질 개선을 독려합니다. 뉴질랜드 일본 한국 등 제스프리에 키위를 공급하는 농가는 4000여곳 정도입니다. 뉴질랜드산 키위의 약 85%가 1등급이고 한국산은 약 80%가 1등급입니다. 동일한 양을 생산하고도 같은 수익을 올릴 수 없습니다. 우리는 키위의 당도에 따라 수익을 다르게 주는 '테이스트 제스프리'(Taste Zespri)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는 더 맛있는 키위를 먹을 수 있고,농가는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생산지별 편차를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지만,지역별 특성을 살린 농법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1등급 비율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

▼가격 경쟁력 열세를 품질로 극복하는 데는 한계가 있지 않나요.

"그래서 경쟁사들이 따라올 수 없는 고부가가치 신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1등을 유지할 수 있는 또 다른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린키위는 어디서나 생산하고 있지만,골드키위는 15년간의 연구 · 개발을 거쳐 만들어낸 제스프리만의 품종입니다. 그린키위보다 20% 정도 비싸지만 최근 3년간 생산량이 2배 이상 늘고 있고,고부가가치 상품으로 농가의 높은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제스프리는 순이익의 약 20%를 신품종 개발 비용으로 투입해 현재 10만여종의 키위 신품종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유전자 조작 등의 방법이 아니라 가지를 접붙여 개발하기 때문에 한 가지 품종을 개발하는 데 3년 넘게 걸리고,많은 비용이 듭니다. 하지만 프리미엄 브랜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게을리할 수 없는 일입니다. 성과도 많습니다. 최근에는 조기 수확이 가능하고 1주일이던 보관기간을 2개월까지 늘린 신품종 골드키위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또 단맛을 더한 그린키위를 개발해 내년 시장에 내놓을 예정입니다. 이처럼 경쟁자들이 할 수 없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이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제스프리의 차별화 전략입니다. "

▼키위사업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지 않습니까.

"1등 업체의 할 일 중 하나는 시장을 키우는 것입니다. 현재 세계 과일 시장에서 키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1%입니다. 시장을 더 키우기 위해서는 먼저 소비자의 요구사항을 파악해야 합니다. 또 제스프리는 키위의 장점을 홍보하기 위한 각종 리서치 및 연구활동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농법을 개량해 생산지를 넓히는 데도 투자해야 합니다. 제스프리는 주 생산지역인 뉴질랜드를 벗어나 경작지역을 넓히고 공급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중국과 인도에서도 재배농가를 선정해 경작에 들어갈 계획이고,러시와와 브라질 진출도 타진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더 많은 제품을 쉽게 접할 수 있을 때 수요는 늘어날 수 있습니다. 향후 15년내로 키위가 세계 과일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

▼요즘 소비자들은 유기농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어떻게 대처하고 있습니까.

"업계 1위 업체가 관심을 가져야 할 또 한 가지는 환경문제입니다. 몇 년 전부터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전혀 쓰지 않은 유기농 제품을 시장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현재 매출의 4%에 불과하고 호응도도 낮지만,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서는 유기농산물 비중이 더 늘어나야 한다고 봅니다. 유기농에 대한 믿음과 관심은 업체가 더 많이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기농 키위농장을 직접 운영하고 있습니다. "


타우랑가(뉴질랜드)=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