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은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청와대와 정부 주요 부처가 인근에 있는 한 본사 중심지로 명동의 명성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

명동은 구한말 때부터 이땅의 금융 중심지였다. 1990년대 중반 명동 일대에는 국민,신한,서울,한미,제일,조흥,하나,보람,서울,한일,상업,신한은행 등 주요 은행 본점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외환위기 이후 인수 · 합병(M&A)으로 많은 은행들이 사라졌지만 본점들은 지금도 여전히 명동 일대에 자리잡고 있다. 2000년대 이후 강남으로 금융산업의 축이 상당 부분 이동하고 있지만 아직은 지점 중심이다. 본거지로서 명동의 아성은 굳건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보험사 본사 절반 이상 도심에

본사 취재 결과 은행,생명보험,화재보험,증권사,자산운용사,카드사,저축은행,캐피털,리스사 등 서울에 본사를 둔 총 9개 분야 306개 금융업체 중 46%인 141곳이 명동을 비롯한 도심 지역에 본사를 두고 있다.

특히 은행 본점(외국계 포함)은 전체 48곳 중 92%인 44곳이 명동 인근 도심에 있다. 지방은행을 제외한 국내 12개 은행 중 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 등 특수은행을 제외한 모든 은행의 본점이 도심에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 강남에 본점를 둔 은행은 이란의 멜라트은행과 특수은행인 수협은행 등 2곳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국내외 주요 정부 기관이 자리잡고 있는 지리적 특성상 은행 본점이 도심에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오랫동안 관치를 받아온 국내 은행들이 업무 협의를 위해서라도 도심 지역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는 얘기도 있다. 은행이 다른 금융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역사가 길고 보수적인 성향을 띠는 것도 오랫동안 도심에 자리잡고 있는 또 다른 이유다.

생명보험,손해보험사들의 본사도 도심에 몰려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총 24개 생명보험 업체 중 절반이 넘는 13개가 도심에 자리잡고 있다. 손해보험업도 26개 업체 중 18개가 중구와 종로구 등 도심에 있다.

◆외국계 금융사도 도심 선호 현상 뚜렷

외국계 은행의 도심 선호 현상은 국내 은행에 비해 더욱 뚜렷하다. 국내에 진출한 36개 외국계 은행 중 35곳이 명동 인근에 있다. 이 중 11곳이 광화문의 서울파이낸스센터에 본사를 두고 있다. 외국계 은행은 각국 대사관 소재지와 가까운 곳에 자리잡은 점이 특색이다.

외국계 증권사도 마찬가지다. 국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는 대부분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가 있는 여의도에 본사를 두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 진출한 20여개 외국계 증권사들의 본사는 대부분 도심 지역에 있다. 외국계 증권사들 중 다수가 서울파이낸스센터와 인근 신문로의 흥국생명 빌딩에 터를 잡고 있다.

HSBC은행 관계자는 "외국계 금융회사는 대개 도심 지역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 역시 외국계 금융사들은 도심에 몰려 있다"고 말했다. 정부 기관 및 각국 대사관이 주로 도심 지역에 있기 때문에 외국계 금융사들도 이곳에 자리잡는다는 게 외국계 금융사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게다가 도심에 위치한 국내 시중은행들과의 업무 협의를 위해서도 도심에 본사를 둔다는 분석이 있다.

주요 호텔들이 도심에 많은 것도 도심 선호 현상을 설명하는 또 다른 이유다. BNP파리바증권 관계자는 "한국을 찾아오는 본사 간부들이나 고객들이 묵을 수 있는 호텔들이 주로 사무실 근처에 있어 이용이 편리하다"고 말했다.

강경민/이현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