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조정받으면서 급락 종목이 속출하고 있다. 사상 최고치 경신 국면에서 주도주 역할을 해 온 OCI 에쓰오일 등 화학주는 이달 들어 10% 넘게 빠졌다. 또 다른 주도 업종인 자동차주도 큰 폭의 조정을 피하지 못했다. 국제 상품가격 급락과 단기 과열에 따른 피로감 등으로 투자심리가 급속히 악화된 때문이다.

요즘 유행하는 기관들의 '압축 투자' 방식이 차익 실현의 충격을 더 키웠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일부 종목은 실적 전망에 비해 낙폭이 과대해 저가 매수를 저울질해 볼 만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화학 · 자동차에 차익 실현 매물 쏠려

코스피지수가 종가 기준으로 2200선을 돌파한 지난달 25일부터 이날까지 화학업종에서 기관은 1조2277억원,외국인은 669억원의 매도 우위를 보였다. 운송장비업종도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3949억원,5518억원어치를 팔았다. 기관이 가장 많이 처분한 종목은 기아차로 이 기간 7670억원 순매도했고,외국인은 현대모비스를 3507억원어치 팔았다. 화학업종에서도 호남석유가 기관 순매도 3위(2396억원),OCI가 외국인 순매도 3위(1470억원)를 차지하는 등 차익 매물이 집중됐다.

자산운용사들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달 SK케미칼 지분을 7.57%에서 5.88%로 줄였고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한솔케미칼 지분을 7.02%에서 3.99%로 낮췄다. 강구태 현대차 이사가 지난달 말 현대차 우선주 1000주를 매도하는 등 기업 임원들도 주가가 승승장구할 때 차익을 올렸다.


◆"개선된 실적 감안해 보면 낙폭 너무 커"

수익률 편중 현상이 증시의 충격을 더 키웠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자문형 랩에 이어 일부 운용사들도 수익률을 좇아 주도주를 편식해 왔다"며 "한 곳에서 차익 실현에 나서면 너도나도 매도하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도주 하락세가 계속되면 추격 매수에 나섰던 개인들이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들의 급락이 주로 수급에서 비롯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모멘텀과 향후 실적에 대한 기대감을 감안하면 일부 종목은 낙폭이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OCI의 경우 이달 들어 주가가 15.63% 급락해 54만원에 머물고 있다. 이는 증권사들의 목표주가 평균치 66만4941원보다 23% 낮은 수준이다. 주가와 목표가 간 괴리율이 20% 이상이면서 실적 추정치가 상향 조정된 종목에는 에쓰오일 SKC SK이노베이션 기아차 외에 현대중공업 GS 삼성엔지니어링 등도 포함됐다.

◆실적 개선 봐가며 저가주 선별 매수해야

정유 · 화학업종은 유가 변수 외에 경기 전망을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응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경기가 살아 있고 중국은 3분기에 긴축을 풀 것으로 예상돼 여전히 현재 주가 수준은 매력적"이라고 분석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SKC 등은 석유로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유가 하락이 오히려 호재라는 설명이다.

김양택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석유제품 재고가 빠듯하기 때문에 투기세력의 청산에 따른 조정을 거치면 유가가 다시 오를 수 있다"며 "단기 급락세가 컸던 SK이노베이션 호남석유 등 화학주의 투자 매력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자동차업종 역시 펀더멘털을 따져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형실 솔로몬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의 경우 중국과 브라질 등에서 증설을 추진하는 등 성장 모멘텀이 크다"고 평가했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아차는 최근 조정으로 주가수익비율(PER)이 9배 수준으로 낮아져 매력적인 구간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김유미/임근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