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주택을 보유한 가계일수록 소득에 비해 돈을 많이 빌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가 주택이 대부분인 대형 아파트의 가격이 앞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 가계부채 문제가 고가주택 보유자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의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기준에 비춰 주택을 담보로 빌릴 수 있는 돈(담보가액)이 9억원을 넘는 가계의 소득 대비 대출액 비율은 360%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담보가액이 9억원을 넘는 주택을 보유한 가계의 소득이 1억원이라면 대출액은 3억6000만원이라는 의미다.

반면 담보가액이 떨어질수록 차입 규모는 줄어들었다. 담보가액 6억~9억원 이하 주택보유자는 소득 대비 대출액이 285%,3억~6억원 이하 주택보유자는 255%,3억원 이하는 189% 순이었다.

대출액이 소득의 6배가 넘는 '과다차입자' 비율도 고가주택 보유자일수록 높았다. 담보가액이 9억원을 넘는 가계 가운데 과다차입자 비중은 48.5%였다. 담보가액 3억~6억원 이하는 과다차입자 비중이 27.4%,3억원 이하는 17.1%였다. 고가주택 보유자일수록 아파트 가격 상승을 기대하고 무리하게 돈을 빌려쓰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 부동산시장에서 대형 주택 약세가 두드러지고 있어 고가주택 보유자의 가계부채 부실이 우려된다. 국민은행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중형주택과 소형주택은 각각 4.7%,4.9%씩 상승한 반면 대형주택은 0.7% 오르는 데 그쳤다. 지난해 9월 0.2%포인트에 불과했던 중 · 소형주택과 대형주택의 증감률 격차도 지난달에는 0.6%포인트까지 벌어졌다.

한은 관계자는 "소득 여력이 부족한데도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로 무리한 차입을 통해 집을 매입한 경우가 많다"며 "대형주택 가격이 계속 하락하면 이들 가계의 취약성이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