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수'로 끝난 세계 최대 소셜커머스사 그루폰의 한국 '승부수'
세계 최대 소셜커머스 업체인 그루폰이 한국에서 3일 초대형 이벤트를 계획하며 '승부수'를 띄웠다가 행사 직전 설명도 없이 돌연 취소하면서 신용도에서 치명상을 입었다.

업계에 따르면 그루폰코리아는 이날 자정을 기해 한국에서 15억원 규모의 초대형 공짜 이벤트를 진행키로 하고 자사 홈페이지, 트위터,페이스북 언론 등을 통해 예고해오다 행사 시작 두시간여 전 철회하는 해프닝을 연출했다.

급기야 이날 자정께 그루폰코리아 홈페이지는 사용자가 급속도로 몰리자 서버가 다운됐고, 회사 측은 취소 사유에 대한 공식적인 설명 없이 '점검중'이라는 페이지만 남긴채 '소통'의 채널을 닫았다.

이에 따라 이날 밤 트위터 등에서 이 같은 소식을 지인들에게 전하고 그루폰에 회원 가입을 하는 등 자정까지 기다린 네티즌들은 '낚시'에 당했다며 높은 수위의 분통을 쏟아냈다.

win0****라는 사용자는 "농락당했네"라고 말했고 아이디(ID) blue****은 "신용이 제일 중요한 업체가 이런 식으로 소비자를 우롱하나. 세계에서 잘 나간다는 업체가 한국에 와서 한두번 망하나. 똑같아"라고 쓰는 등 분통을 터뜨렸다.

또 트위터 아이디 sain******은 "그루폰, 고의였나 실수였나"라고 의문을 제기했고 ki*****은 "고객 정보만 먹고 튀었다"고 꼬집었다.

◆파트너사와의 합의 실패 원인은?

그루폰코리아는 자사의 첫번째 '메가 딜'로 3000원 상당의 '파리바게뜨' 자유이용권 50만장을 준비, 공짜로 주는 행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를 돈으로 환산할 경우 15억원에 이를 정도로 규모 자체가 매머드급으로 많은 이용자들의 눈길를 끌었다.

그러나 이 행사는 예정시간을 앞두고 사라지는 신세가 됐다.

그루폰코리아 관계자는 "파트너사와의 마지막 조율 단계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해 불가피하게 이를 취소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그루폰 측은 사전 준비가 정밀하게 기획되지 않은 단계에서 행사를 강행키로 한 것이 드러났다는 설명이다.

이는 '자유이용권'과 관련 직접적 파트너사로 알려진 크로스앤컨버전스 측의 주장에서도 나타난다.

최돈관 크로스앤컨버전스 대표는 한경닷컴과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협의와 관련 그루폰코리아의 대표 이사로부터 전화가 왔고 이에 대해 검토해보겠다고 말했지만 안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며 "서면 계약서는 물론 이메일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루폰코리아 측은 행사가 급작스럽게 취소에 이르게 된 배경을 검토한 뒤, 대응책을 강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1위 그루폰은 어디로

그루폰 코리아는 이번 이벤트를 시작으로 이달 중 최소 2차례 이상의 '메가톤급' 이벤트를 선보일 예정이었다.

경쟁 업체에서도 파리바게뜨 등 유명 베이커리 관련 상품을 판매한 적은 있지만 공짜로 나눠준 사례는 없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전 세계 44개국에 진출, 35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소셜커머스 세계 1위 업체인 그루폰은 명성에 걸맞은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국내 시장에서 영향력 확대와 대규모 회원 확보를 위해 본사의 지원을 받아 이 같은 첫번째 승부수를 국내에서 띄웠던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소셜커머스 업계 국내 점유율 4위에 머물던 상황을 한방에 뒤집기 위해 설익은 움직임을 보였다가 실수를 자초한 게 아니냐"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날 이벤트 소식과 취소 소식이 잇따른 해프닝은 각종 포털 사이트에서 밤새 상위 검색어에 오르고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급속도로 전파됐다.

그루폰의 신뢰는 그만큼 하락될 것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 분석이다.

그루폰코리아는 이에 대한 공식적 입장을 곧 밝힐 예정이다.

한경닷컴 김동훈 기자 d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