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세 몰린 親李 "이재오ㆍ박근혜 공동대표 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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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 연찬회 '끝장 토론'
소장파 "주류 2선 퇴진해라"…親朴은 공감대 속 침묵 지켜
親李 "남탓 안돼…힘 모아야"
소장파 "주류 2선 퇴진해라"…親朴은 공감대 속 침묵 지켜
親李 "남탓 안돼…힘 모아야"
2일 비공개로 진행된 한나라당 연찬회는 헤게모니 쟁탈장이었다. 오전 9시부터 시간 제한없이,사전발언 신청없이,사전 주제선정 없이 난상토론 형식으로 이뤄진 이날 회의에서 각 계파 의원들은 향후 정국 주도권을 놓고 날선 공방을 벌였다. 주제는 누구 때문에 선거에 졌으며,앞으로 당의 노선은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이를 누가 주도할지였다.
행사장 분위기는 선거를 주도한 친이계를 소장 · 중립계가 내내 몰아세우는 형세였다. 친박계는 소장 · 중립계와의 공감대 속에 줄곧 침묵을 지켰다. 소장파들이 책임론으로 포문을 열었다.
소장파 리더 격인 남경필 의원은 "한나라당은 보수를 외치면서도 안보와 경제성장,법치주의,자유수호 등 보수 가치를 아무것도 지켜내지 못했다"며 "위기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해을에서 살아돌아온 김태호 의원은 "한나라당이 서민정당이라고 주장하지만 부자당이란 소리를 더 많이 들었다"고 비판했다. 조진형 의원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에게 전화를 몇 통 해도 리콜이 없더라"면서 "당 · 정 · 청 간에도 소통이 안되는데 무슨 국민의 목소리가 들리겠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인적 쇄신론을 놓고는 친이계와 소장파 간에 격한 용어가 오갔다. 소장파인 김성태 의원은 "당을 청와대와 정부의 거수기로 만든 주류는 2선으로 퇴진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성식 의원은 "친이계 핵심 좌장인 이재오 특임장관이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으로 옮겨서 당원들에게 인사권을 나눠주는 식으로 공간을 열어달라"고 촉구했다. 차명진 의원은 "이번 선거의 패배는 MB만 싸고 도는 청와대와 장관들에게 원인이 있다"며 "이들은 MB에겐 YES(예스)맨이고 국민들에겐 벽창호"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차 의원은 "MB도 두 가지 문제가 있는데,하나는 옹고집이고 다른 하나는 뒷북치기"라고 덧붙였다. 4대강 사업을 국민의 뜻에 반해 밀어붙였고,이날 나온 무상보육도 민주당 정책을 따라간 것이라는 지적이다.
곧바로 친이계가 반격했다. 이상득계의 이은재 의원은 "선거에 진 것을 놓고 왜 청와대와 친이계만 비난하느냐"면서 "남탓보다는 자기 반성이 필요하다"고 맞받아쳤다. 그러면서 "세대교체보다는 시대세대를 아우르는 능력을 보여줄,그러면서 한나라당이 가진 한계를 극복할 대표가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이재오 직계인 이군현 의원은 "지금은 당력을 모아야 할 때"라며 "당 최대주주들(이재오 특임장관,박근혜 전 대표)이 공동주주로 공동대표 체제로 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당권 · 대권 분리규정 개정 문제를 둘러싸고는 장내외에서 공방이 이어졌다. 홍준표 최고위원은 연찬회 도중 기자들을 만나 정몽준 전 대표가'대권 주자들이 당권에 도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 "당권을 쥔 사람이 대선 대의원 선출에 유리하기 때문에 공정한 선거를 위해서는 당권과 대권이 분리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전 대표는 홍 최고위원의 주장에 대해 "그런 식의 주장은 '여당은 계속 여당한다'는 주장과 마찬가지"라며 "당 대표를 맡으면 불공정하다고 하는데 한나라당 구조는 대표가 프리미엄이 있는 것이 아니라 대표가 되면 더 부담이 있을 수 있다"고 되받았다.
이날 연찬회에는 한나라당 의원 172명 중 100명 안팎만 참석했다. 이 특임장관과 이상득 의원은 불참했다. 총 52명이 발언했다.
박수진/김재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