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바람이 강하다. 스키퍼(선장)의 지시에 따라 크루(선원)들이 일사불란하게 돛과 연결된 시트(로프)를 잡아 당긴다. 스키퍼가 "하나 둘 셋" 구호를 외치자 메인 세일(돛)을 팽팽하게 잡아당기고 있는 지지막대인 붐이 '붕' 소리를 내며 오른쪽으로 돌아간다. 5명의 선수들은 재빠르게 머리를 숙여 붐을 피하며 좌현으로 넘어가 체중을 실어 앉는다. 요트는 거의 전복될 것처럼 70도 가까이 오른쪽으로 기운 채 미끄러지듯 나아간다.

◆바람을 쫓는 날렵한 요트

바람을 쫓는 해양스포츠 요트는 한순간도 긴장을 풀 수 없을 정도로 박진감이 넘쳤다. 바람의 힘으로만 항해하는 요트는 결국 바람을 잘 읽는 팀이 승리하는 경기였다. 코리아매치컵 화성 세계요트대회의 선발전이 열린 28일 기자는 경기도 화성의 전곡항에서 선발전을 치르는 요트에 승선해 세일링 체험을 했다.

이날 전곡항의 햇살은 따가웠지만 바람은 강했다. 요트를 타기에는 최적의 날씨였던 것.바람이 많이 부는 것으로 유명한 이곳에 세워진 3기의 풍력발전기 날개가 강풍에 빠르게 돌아갔다. 고무 모터보트를 타고 전곡항을 떠나 경기장으로 향했다.

국제요트연맹(ISAF) 랭킹 128위인 러시아의 코라레브 니콜라이가 스키퍼인 요트에 올라탔다. 총 5명의 크루가 타고 있는 이 요트는 길이 11m에,돛을 단 마스트의 높이가 15m가량인 모델이다. 돛은 두개.뒤쪽에 있는 돛이 메인세일(mainsail)로 바람을 최대한 받아 동력을 만드는 주 돛이다. 바람의 방향에 따라 메인세일을 약 45도씩 좌우로 움직여 방향을 조절한다. 앞쪽에 있는 조금 작은 돛은 집세일(jipsail)이다. 메인세일의 보조 역할을 한다.

◆긴박한 자리다툼

출발선이 가까워지자 1 대 1 레이스를 치를 한국팀 요트와 자리잡기 신경전이 치열하게 벌어진다. 출발선을 정해진 시간에 통과해 반환점을 돌아와야 하는 경기에서 두 요트는 좋은 바람을 받을 수 있는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다툰다. 서로 앞으로 또 뒤로 움직이고 회전도 하며 부딪치기 직전까지 갈 정도로 긴박한 상황을 연출한다.

'삐'하며 출발 경적이 울리자 500m가량의 반환점을 향해 두 요트는 전속력으로 질주한다. 출발선에서 첫 반환점까지는 맞바람이 부는 구간.이 구간에서 크루들은 요트의 메인 세일을 좌우로 움직이면서 지그재그로 나아간다. 요트는 바다 수면에 닿을 듯 말듯 크게 기울어졌다가 다시 반대편으로 기울어지기를 반복한다.

반환점이 눈앞에 보이자 크루들은 요트를 크게 오른쪽으로 돌린다. 이제 뒷바람을 받게 되는 구간에 진입하자 한 크루는 앞쪽의 작은 집세일을 내리고,다른 크루는 또다른 돛인 제네커세일(gennanker sail)을 올린다. 붉은색 제네커세일이 강한 뒷바람에 팽팽해지며 요트를 쭉 밀어낸다.

이 대회를 유치한 요트컨설팅업체 세일코리아의 김동영 대표는 "이렇게 맑은 날씨에 강한 바람이 부는 날 요트를 타게 된 것은 행운"이라며 "바람이 세게 불어줘 요트가 10노트(시속 18.5㎞)까지 쾌속순항했다"고 말했다.

정해진 코스를 두바퀴 도는 20여분간의 치열한 경기가 끝나갈 무렵 승리의 여신은 기자가 탄 러시아 팀에 미소를 보냈다. 격렬했던 경기를 치렀기 때문이었을까. 경기가 끝난 뒤 러시아 팀의 한 크루는 발목을 접질리는 부상을 당해 병원에서 반깁스를 하고 돌아왔다.

화성=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