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종연구소 "자칫 중국 '한나라 국새' 논란 가능성"

정부가 새롭게 제작하고 있는 '제5대 국새(國璽)'가 자칫 중국 한나라를 뜻하는 국새로 전락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9일 대종언어연구소 박대종(47) 소장은 "현재 결정된 제5대 국새의 글자체대로 국새를 만든다면 자칫 한국(韓國) 국새가 아니라 중국의 한(漢)나라 국새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행 '국새 규정(대통령령 제22508호)'을 보면 '국새의 인문(글자)'은 한글로 하되 '훈민정음 창제 당시의 자체로 한다'고 명시돼 있는 데, 현재 국새에 새기려는 '한'은 훈민정음 창제 당시에는 중국 한나라의 한(漢)을 가리키던 말이다"고 밝혔다.

훈민정음 창제(1446년) 뒤 이듬해에 완성된 '동국정운(국보 71ㆍ142호)' 제2권을 보면 한나라의 '漢'은 짧은 소리의 '한'으로, 한국의 '韓'은 긴소리의 'ㅎ한'으로 각각 표기돼 있다.

마찬가지로 현재의 표기인 '대(大)'와 '국(國)'도 훈민정음 창제 당시에는 '帶(띠 대)', '菊(국화 국)'의 표기 법이었다.

박 소장은 "글자체는 시대별로 용법이라는 게 있는 데 국새 규정대로 훈민정음 창제 당시의 자체를 따른다면 현재 어문규정과는 다소 차이가 있더라도 중국 국새가 되지 않으려면 ㅎ 쌍자음의 'ㅎ한'이라고 써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동국정운은 훈민정음의 창제 규정에 맞춰 당시 1만4천243자의 한자에 대한 우리나라의 음을 표기한 유일한 서적"이라며 "창제 시기를 넓혀 용비어천가, 월인천강지곡은 물론 세조때의 훈민정음 언해본체에도 한(韓)은 쌍자음의 'ㅎ한'"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그는 대통령령으로 공포된 국새규정에 따라 제5대 국새의 '대한민국' 글자체는 훈민정음 창제 당시의 글자체로 각각 '대(大)→ㆍ땡', '한(韓)→ㅎ한', '민(民)→민', '국(國)→귁'으로 써야한다고 밝혔었다.

박대종 소장은 "현재 사용하고 있는 3대 국새나 말썽을 빚은 4대 국새도 사실상 잘못 만들어진 것"이라며 "새롭게 만들어지는 제5대 국새부터라도 한글의 창제 정신과 역사성, 상징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국새 규정은 훈민정음 창제 당시의 글꼴을 활용해 '대한민국'을 표기한다는 의미로,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옛글자를 그대로 표기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제5대 국새 글자체는 훈민정음체의 원리에 맞는 작품 중에서 가장 우수한 작품을 선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훈민정음 창제 당시의 옛 글자를 그대로 쓸 경우 혼동이 있을 수 있는 데다 창제 당시에도 여러 한글 문헌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대전에서 활동중인 대종언어연구소 박대종 소장은 지난해 6월 '임신서기석(壬申誓記石. 보물1411호)'이 한국어식 한문표기가 아니다라는 새로운 연구내용을 학회지에 발표해 관심을 끄는 등 한글, 한문 분야에서 독창적 연구성과를 내오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윤석이 기자 seoky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