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현직 부서장의 85%를 교체하는 대대적 인사를 단행했다. 특히 직원 비리혐의와 감독 부실의 책임을 물어 저축은행,기업공시,정보기술(IT) 담당 부서장을 전원 교체했다. 하지만 금융계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는 반응이다.

금감원은 28일 국제업무 등 업무 연속성 유지를 위한 최소 인원(8명)을 제외하고 현직 부서장 55명 중 47명을 교체하는 인사를 실시했다.

이번 인사의 가장 큰 특징은 은행 보험 증권 등으로 구분됐던 권역의 벽을 허물었다는 점이다. 한 권역에서 오래 근무한 데 따른 업계와의 유착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권역별 주무 국장 전원을 교환 배치했다. 양현근 금융투자감독 국장,이은태 은행감독 국장,박홍찬 복합금융감독 국장 등은 20여년간 근무하지 않았던 권역으로 이동해 국장을 맡게 됐다.

권역의 벽을 허문 대폭적인 부서장 교체는 금감원 창립 이래 처음이다. 금감원 직원들도 "파격이 아닌 파괴의 인사"라고 말할 정도다. 권혁세 금감원장은 인사배경에 대해 "감독원의 업무행태와 관련해 제기된 비판을 겸허히 수용, 근원적으로 DNA를 바꾸려는 노력의 일환"이라며 "철저한 자기반성으로 신뢰를 회복해 나가겠다"말했다.

금감원은 이어 실시될 팀장 이하 인사에서도 각 권역에서 우수한 인재들을 타 권역으로 배치하는 한편 저축은행 소비자보호 등 비선호부서 직원들을 상당수 교체, 조직 분위기를 쇄신할 계획이다.

권역의 벽을 허문 이번 인사를 두고 전문성이 후퇴할 것이란 지적도 없진 않다. 새로운 권역을 맡게 되면 업무를 파악하는 데만 수개월이 걸리기 때문이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