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R&D) 비용 지원''현금결제 100%''원자재 공동구매'….

주요 대그룹이 협력업체들과 맺은 동반성장 협약에 담긴 내용들이다. 삼성 현대자동차 LG 등 3대 그룹이 협력사의 R&D와 시설투자 지원,운영자금 대출 등에 투입하겠다고 밝힌 동반성장 지원예산은 1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2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30대 그룹 전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올해 협력사 동반성장 지원계획(1조808억원)을 이미 뛰어 넘은 규모다.

삼성은 협력사에 R&D 비용 1860억원을 지원키로 했으며 공동 기술개발을 하는 협력사들에 특허를 무료로 제공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TV용 부품을 만드는 협력사가 부품 특허를 쉽게 찾아보고 공유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협력사의 R&D와 시설 투자를 위해 2500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또 협력사에 신기술을 지원하기 위한 300여명 규모의 'R&D 기술지원단'을 운영할 계획이다.

대기업들은 R&D 지원 외에도 다양한 동반성장 프로그램을 약속했다. 우선 '납품단가를 후려친다'는 비판을 듣지 않기 위해 구매 프로세스를 대폭 개선키로 했다. 삼성은 계열사별로 동반성장 전담부서를 운영하고,각 계열사 구매담당 임원들의 인사고과를 평가할 때 협력사와의 동반성장 이행 여부를 반영키로 했다. 구매 현장에서 공정거래를 통해 납품단가가 책정되도록 하겠다는 얘기다. LG도 계열사별로 운영 중인 동반성장 전담 조직을 협력사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체제로 개편하는 한편 구매담당 임원의 인사평가에 동반성장 추진 실적을 반영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대차그룹은 주요 원자재를 대량으로 구매해 협력사에 공급해 주는 '원자재 공동 구매제도'를 1조3850억원 규모로 확대키로 했다. 이 경우 협력업체들은 원자재 구매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된다. LG그룹도 협력사를 대신해 계열사가 직접 원자재 가격을 협상,협력사들의 원자재 구매부담을 덜어줄 예정이다.

대기업들은 또 협력사의 자금난을 덜어주기 위해 납품대금 현금결제 비율을 100%로 유지할 계획이다. 삼성은 현금결제 비율을 계속 100%로 유지함과 동시에 납품대금 지급 횟수를 현재 월 2회에서 월 3회로 늘리기로 했다. 협력사들의 자금흐름이 원활하게 유지되도록 돕기 위해서다. 원자재 가격변동에 맞춰 납품단가를 조정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LG는 6개 계열사의 1165개 협력사를 대상으로 한 100% 현금결제 체제를 유지하면서 지급기한을 기존 15일에서 10일로 단축하기로 했다. LG그룹의 협력사 현금결제 대금은 연간 9조원 규모다. LG는 또 일시적 자금난에 처한 협력사를 돕기 위해 1830억원 규모의 자금을 따로 확보하기로 했다. 롯데그룹은 협력사에 시중 금리보다 최대 2%포인트 낮은 금리로 대출해주고 있는 동반성장펀드의 규모를 기존 900억원에서 2240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