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속보]지난해 11월 ‘옵션 쇼크’를 초래한 도이치은행과 도이치증권회사를 상대로 하나대투증권이 760억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지난 2월 와이즈에셋자산운용(다크호스펀드)이 같은 내용의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두번째다.

27일 서울지방법원에 따르면 와이즈에셋이 설정한 사모펀드 ‘현대와이즈다크호스사모파생상품1호’의 거래계좌를 제공한 하나대투증권은 도이치은행과 도이치증권회사를 상대로 “도이치 은행 등이 주가를 조작해 선물거래시장에서 수백억원의 차익을 챙기는 바람에 764억원의 손실금을 대납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하나대투증권은 소장에서 “만기일 당일에 코스피200지수는 255.5~257.4포인트 사이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는데 장종료 시간 10분전 247.51포인트로 급락했다”며 “이는 장종료 10분 전 도이치은행이 자회사인 도이치증권을 통해 삼성전자 주식 등 약 2조4000억원 상당의 주식을 장마감 동시호가 대비 4.5~10% 낮은 가격으로 대량 매도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이에따라 파생상품을 설정한 와이즈에셋운용은 옵션만기일 대규모 옵션거래로 899억원의 손실을 냈고,이를 감당하지 못하자 760억원 가량은 계좌를 열어준 하나대투증권이 대납했다.

코스피200옵션시장은 코스피 200지수(상장 주식 중 시장 대표성 등을 고려해 선정된 200종목으로 구성된 주가지수)를 기준으로 매도인과 매수인의 손익을 따지는 시장이다.코스피200지수가 떨어지면 매도인은 손실을 보고 매수인은 이익을 보는 구조다.

하나대투 측은 “대규모 프로그램 매도 규정 상 장 종료 15분 전까지 사전신고를 해야하는데 도이치 은행 측은 시간을 넘겨 신고했고,도이치 증권회사의 직원 중 1명이 매매정보를 미리알고 선행매매에 가담했다”며 도이치 은행 등이 고의적으로 시세조정을 통해 차익을 얻었다고 강조했다.

도이치뱅크 ‘옵션 쇼크’는 옵션 만기일인 지난해 11월11일 도이치뱅크 홍콩법인이 한국 도이치증권 창구로 2조4000억원 가량의 주식을 내다팔아 코스피 지수를 53.12포인트 급락한 사건이다.

지난 2월 사태를 조사한 금융위원회는 당시 주식 매매 과정에서 도이치뱅크가 주가가 하락하면 이익을 내는 풋옵션 11억원 어치를 사전에 매수하고 주식을 대량으로 매도해 448억여원의 차익을 올린 것으로 판단했다.금융당국은 한국도이치증권에 6개월 일부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고,도이치뱅크와 파생상품 담당 상무,홍콩지점 직원 등 5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와 관련 검찰은 도이치증권 서울사무소를 압수수색하고 국내 직원들을 소환 조사한 데 이어 지난 25일 도이치뱅크 홍콩·뉴욕 지점의 외국인 직원 10여명에 대해 출석을 통보하기도 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