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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isure&] 지리산의 재발견…종주 대신 발길 닿는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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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청 지리산 둘레길 걷기
    가파른 오르막…땀이 송글송글, 계곡 물소리에 '한숨' 돌리고…

    지리산이 한층 가까워졌다. 산은 그대로인데 사람들이 달라졌다. 내처 정상을 향해 오르려만 하지 않고 둘러가는 여유를 되찾은 결과다. 정상에 오르지 않으면 산에 다녀왔다는 말조차 할 수 없던 분위기도 지리산 둘레길 덕분에 싹 바뀌었다. 꼭 어디서 어디까지 종주를 하지 않아도 된다. 때론 숲길을 걷고 때론 강변이나 마을을 따라가며 산과 들,강과 냇물,사람들이 전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된다.

    자연의 이야기를 들으러 지리산 둘레길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경남 산청으로 간다.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3시간이면 산청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경남 서부에 자리한 산청은 산으로 둘러싸인 곳이다. 지리산의 주봉인 천왕봉을 비롯해 황매산,왕산,정수산,둔철산 등 해발 800m를 넘는 산이 수두룩하다. 그만큼 물이 맑고 사람들의 마음 또한 정갈하다.

    지리산 둘레길은 지리산이 걸쳐 있는 전북 전남 경남의 5개 시 · 군(남원 구례 하동 산청 함양) 16개 읍 · 면 100여개 마을을 잇는 300여㎞의 장거리 도보길이다. 산청에는 그동안 둘레길 5개 구간 중 함양 동강마을에서 산청의 수철마을을 잇는 제5구간만 있었으나 최근 4개 구간이 더 생겼다. 수철~어천~운리~사리~상촌마을(하동군)까지 길이 생긴 것이다. 이에 따라 둘레길 5개 구간을 갖게 된 산청군은 이를 산청 1~5구간으로 부르고 있다.

    그 중 산청 1구간인 동강~수철 코스(11.9㎞)를 걷기로 했다. 둘레길 걷기의 장점은 코스별로 어디서든 출발할 수 있다는 것.동강에서 출발하든,수철에서 출발하든 편한대로 하면 된다. 출발점을 동강 쪽으로 잡으면 함양의 동강마을에서 산청군 금서면 방곡리까지는 포장길이라 걷는 맛이 덜하다. 따라서 방곡리에 있는 산청 · 함양사건추모공원에서 출발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산청함양사건추모공원에서 시작하는 둘레길 걷기여행은 상사계곡~상사폭포~쌍재~산불감시초소~고동재~수철마을로 이어진다. 산청터미널에서 군내 버스를 탄 사람들은 방곡마을에 내려 걷기여행을 시작하면 되지만 승용차를 몰고 온 경우라면 추모공원에 차를 대고 산행을 한 후 버스를 타고 돌아와야 한다. 추모공원에 주차된 6~7대의 차들은 이런 경우다.

    추모공원은 한국전쟁 당시 빨치산을 토벌하는 과정에서 학살당한 양민들의 영령을 위로하기 위해 만든 공간이다. 추모공원 안내판에는 "1951년 2월7일 육군 제11사단 9연대 3대대가 '견벽청야'라는 작전명으로 공비를 토벌하면서 금서면 가현 · 방곡마을과 함양군 휴천면 점촌마을,유림면 서주마을 양민 705명이 희생됐다"고 전한다.

    비극적인 역사의 희생자들에게 잠시 머리 숙인 뒤 길을 나선다. 추모공원을 지나 도로를 따라 조금 올라가자 왼편에 개울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산청 지리산 둘레길 걷기 여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곳인데,오봉천이라는 개울에선 공사가 한창이다. 둘레길 여행자가 늘어나면서 커다란 바위들로 징검다리를 놓았는데 그보다 넓고 안전한 콘크리트 다리를 만드는 공사다. 징검다리를 건너 산굽이를 돌아 상사폭포가 있는 상사계곡으로 올라간다.

    방곡리에서 상사폭포까지는 1.8㎞ 정도 거리인데 곧장 오르막이 시작된다. 금세 숨이 차지만 상사계곡을 흐르는 물소리는 그런 기분을 일거에 씻어줄 만큼 시원하고 상쾌하다. 산청의 둘레길 중 상사계곡 구간을 백미로 꼽는 이유를 알만하다.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힐 즈음 상사폭포가 보인다. 20여m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소리가 그야말로 거침 없다. 상사폭포에는 전설이 하나 전해지고 있다. 상사병을 앓던 남자가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죽었는데,그 혼이 뱀으로 환생해 사랑하는 여인에게 다가갔다. 그러나 여인이 뿌리쳐 뱀이 죽고 말았다. 뱀이 죽은 곳에 계곡이 생겼고,여인은 그 계곡의 바위가 됐다는 이야기다.

    상사폭포부터는 비교적 평탄한 길이다. 약초와 버섯을 재배하는 밭을 지나 고개로 올라서면 왕산의 임도 아래에 목을 축이거나 허기를 면할 수 있는 식당도 있다. 임도를 지나 쌍재를 넘어 산불감시초소로 가는 길에는 소나무와 떡갈나무,상수리나무 등이 많아 향이 짙고 꽃들도 만발해 있다. 산 아래에는 벌써 진달래가 졌지만 여기선 아직 한창이다. 철쭉은 이제 막 꽃봉오리를 맺고 있다.

    가파른 오르막을 몇 번이나 넘은 끝에 산봉우리 정상의 산불 감시초소에 서자 지리산 자락과 산청 읍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처음 올라온 사람에겐 탁 트인 전망이 압권이지만 홀로 초소를 지켜야 하는 이는 얼마나 고단할 것인가. 새삼 고마움을 느끼며 고동재로 내려간다. 고동재는 가락국의 군대가 고동을 불었다는 곳이다.

    하산길은 한층 더 여유롭다. 고동재를 지나 시멘트 길을 따라 내리막길을 걸어 내려가니 금서면 수철리 수철마을,오늘 여행의 종착지다. 수철마을은 무쇠로 솥이나 농기구를 만들던 철점이 있어서 무쇠점 또는 수철동이라 불렸다고 한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에도 나와 일약 전국적 유명 맛집이 된 수철가든에서 막걸리 한 잔 들이키니 갈증은 물론 피곤이 확 풀리는 느낌이다.

    산청=글 · 사진/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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