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색 드레스를 입은 여주인공 마리(애비 실바)가 등장하면 보컬리스트 앤마리 밀라조는 아름다운 목소리로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 중 '하바네라'를 열창한다. 사랑에 빠져 잠 못 이루는 또다른 주인공이 등장할 땐 남성 보컬리스트 타일리 로스가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에 나오는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부른다.

록오페라 모던발레 '리멤버 미(Remember me)'의 한 장면이다. 독특한 아이디어와 세련된 안무,관객의 허를 찌르는 구성으로 세계적인 호평을 받고 있는 미국 현대무용단 '파슨스댄스컴퍼니'가 록오페라 모던발레라는 새로운 장르를 들고 7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내달 5일부터 8일까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5차례 공연한다.

'리멤버 미'는 현대무용,라이브 음악,3D입체 영상,디지털 조명으로 구성한 파슨스댄스컴퍼니의 야심작.2008년 그래미상 후보에 오른 이스트빌리지오페라컴퍼니(EVOC)와 함께 무대를 꾸민다. EVOC는 2005년 설립된 단체로 오페라 속의 유명한 아리아들을 현대악기로 새롭게 편곡해왔다.

'리멤버 미'는 성경에 나오는 카인과 아벨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세 남녀의 삼각관계를 다룬다. 사랑,열정,죽음과 복수,부활 등 고전적 예술의 테마를 현대화했다.

비제 '카르멘',베르디 '라보엠',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푸치니 '나비부인' 등 록 버전으로 재탄생한 15개의 명곡이 이야기를 끌어간다. 열네 명의 무용수와 두 명의 보컬리스트가 어우러져 한편의 브로드웨이 뮤지컬처럼 에너지를 뿜어낸다.

현재 미국에서 투어 중인 레퍼토리로 공연할 때마다 미국 티켓 판매 1위에 올라 화제를 모으는 작품.

인기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프로젝트 런웨이'로 잘 알려진 패션 디자이너 오스틴 스칼렛이 의상,토니어워즈 수상자 하월 빈클리가 조명 디자인을 맡았다.

7년 만에 다시 만나는 데이비드 파슨스의 6분짜리 대표작 '코트'의 앙코르 공연도 반갑다. '겨우 6분에 지나지 않는 공연이지만 관객을 기절시키기에 충분한 작품'이라는 시애틀타임스의 평이 아니더라도 28년 이상 전 세계에서 수백 번이나 공연됐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대되는 작품이다.

솔로 무용수가 등장해 6분 동안 100번이 넘는 점프를 하며 스트로보 라이트(빛을 주기적으로 비추는 조명효과)가 깜빡거리면 무용수는 전자 음악에 맞춰 중력에 반항하듯 무대 위를 날아다닌다.

파슨스댄스컴퍼니는 1987년 창단 이래 대중과 평단으로부터 '미국 최고의 현대무용단'이란 찬사를 받으며 지금까지 30개국 235개 도시에서 공연했다. 창작 레퍼토리도 70개가 넘는다. 4만~10만원.(02)2005-0114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